작아진 남편
작아진 남편 “여보. 고구마가 비에 젖어요. 어째요.”베란다에 들여놓은 고구마 자루가 비에 젖고 있어서…. 그러나 당신에게 어디로 옮겨놓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다. 옮겨 놓으라 하면 내가 옮겨 놓을 참이었다. 그러나 어느 새에 남편은 고구마 자루에서 고구마..
239편|작가: 만석
조회수: 1,608|2017-12-25
아직은 살아 있는 거야
아직은 살아 있는 거야 어느 날.나는 전철 안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마 영감의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내 정기검진이었으면 영감의 차를 탔을 테니까. 영감은 신경이 예민한 양반이라 본인의 정확한 검진을 위해서는 운전을 하지 않고 가는..
238편|작가: 만석
조회수: 2,038|2017-12-16
유치의 극치로다
유치의 극치로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예전부터 듣던 얘기지만 그닥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이를 더하면 더할수록 그 말이 목전까지 차 오르고 웃음을 짓게 만든다. 하루 종일 영감과 붙어 있으니 다투는 일이 다반사.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유치하다. ..
237편|작가: 만석
조회수: 1,660|2017-12-12
하루가 행복한 이유
하루가 행복한 이유 “밥 먹자구.”방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영감이 하는 말이다. 우리는 각방을 쓰기 때문에 특별한 용무(?)가 없이는 방문을 여는 일이 별로 없다. 장롱이 안방에 있으니 방문을 자주 여는 건 내 쪽이다. 부스스 이불 속에서 나오는 것 같지만 ..
236편|작가: 만석
조회수: 2,287|2017-12-08
죽어도 아니올시다
죽어도 아니올시다 어차피 김치냉장에서 보관 될 김장이라면 구태여 추운 날까지 기다려서 김장을 할 일이 뭔가. 그래서 올해에는 11월 중순에 김장을 했다. 밭의 배추도 보기에 딱 좋게 알이 차오르고 있었잖은가. 소금 물을 풀어 절이고 시장으로 달렸다. 잘 아는 가게..
235편|작가: 만석
조회수: 1,721|2017-11-30
막내딸 2
막내 딸 2 ‘막내 딸 시집보내느니 내가 간다.’는 말이 있다지. 38살 막내 딸아이를 시집보내고 ‘참 옳은 말이다’ 싶다. 무슨 일인들 걱정스럽지 않은 일이 있겠나마는 특별히 걱정스러운 것은 주방 일이다. 늦은 나이까지 공부를 하다가 직장생활을 했으니, 어느 결..
234편|작가: 만석
조회수: 1,177|2017-11-24
어느 노부부의 하루
어느 노부부의 하루 하루하루가 이렇게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야만 할 일도 없다. 영감도 할 일이 없는지 TV 화면에 구멍이 날 지경으로 쏘아보기만 하고 앉았다. 집안에 늙은이 둘만 있으니 이렇게 분위기가 칙칙하다. ..
233편|작가: 만석
조회수: 1,324|2017-11-22
언니야 우리도 손잡고 단풍놀..
언니야 우리도 손잡고 단풍놀이 가자 노란 단풍잎이 함박 쏟아진 가을 길을 걷고 있었다. 내 생각대로라면 굳이 비질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렇게 가을이 쏟아지는 날이면 누굴 그리워할까? 딱히 눈물이 나도록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
232편|작가: 만석
조회수: 1,973|2017-11-18
복이 많은 여자의 감사
복이 많은 여자의 감사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영감처럼 정년퇴임을 했다던가 나처럼 평생에 하던 일을 접은 사람에겐 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내 나이에 걸맞게 할 수 있는 일은 찾기가 어렵다. 젊은이들도 일거리가 없어서..
231편|작가: 만석
조회수: 1,277|2017-11-16
맆스틱 짙게 바르고
맆스틱 짙게 바르고 화가 났다. 왜 김장을 집에서 해야 하느냐는 말이지. 얼마든지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말이야. 집에서 김장을 하자면 그 수고가 어딘가. 도통 여자의 힘드는 일,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 마누라의 힘든 상황은 아랑곳도 하지 않으니 무..
230편|작가: 만석
조회수: 1,306|2017-11-11
열 개 중 하나일 뿐인데
열 개 중에 하나일 뿐인데 고구마를 다듬고 있었다. 잔뿌리를 잘라내고 까만 진이 매달린 것을 제거하고, 흠집에 영겨붙은 모래와 흙도 잘라내고…. 시어머니가 내려주신 텃밭에서 캐 낸 고구마가 잘 영글어 내 겨울 내내의 잔 주전부리로는 일품이겠다. “이 밭은..
229편|작가: 만석
조회수: 1,065|2017-10-30
미국에서 무가 왔어요
미국에서 무가 왔어요. “엄마. 오늘 어디 가세요?” 미국의 막내 딸아이가 보내온 문자다. “아니. 암 데도 안가^^”“그럼 택배 받으세요. 1시에서 3시 사이에 갈 거예요.”“뭘 또 보냈누?”반찬을 보냈다 한다. 반찬은 에미가 보내야 하는 것을. 3시가 ..
228편|작가: 만석
조회수: 1,241|201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