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무가 왔어요.
“엄마. 오늘 어디 가세요?” 미국의 막내 딸아이가 보내온 문자다.
“아니. 암 데도 안가^^”
“그럼 택배 받으세요. 1시에서 3시 사이에 갈 거예요.”
“뭘 또 보냈누?”
반찬을 보냈다 한다. 반찬은 에미가 보내야 하는 것을.
3시가 다 되어 갈 무렵 다시 문자가 뜬다.
“택배 갔어요?”
“아니 아직.”
내 대답과 동시에 대문의 벨이 운다.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택배여~”한다.
부랴부랴 서두르는데 벌써 현관 앞까지 들어선다. 건장한 청년이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비닐봉지 세 개를 내민다. 게 중에 한 봉지에는 청이 짧게 잘린 무가 들어 있다.
‘아~니. 미국에서 무를 보낸 겨?’ 믿기지가 않아서 남은 봉지를 헤쳐보았다. 싱싱하고 덩치가 좋은 갈치가 정갈하게 손질까지 되어 포장이 되어 있다. 내친 김에 다른 봉지도 풀어본다. 덩치는 잘아도 보기에 참조기임에 틀림이 없다. 정리하자면 미국에 있는 막내 딸아이가 갈치와 조기와 무를 보내온 것이다.
“왔다. 근디 무까지 공수했어?”
“응. 엄마 무 넣고 갈치 졸여 자시고 힘 좀 내세요. 늘 목소리가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아니 이게 미국서 보낸 거야?”
“하하하. 그래요. 그거 미국에서 보낸 무예요 크크크.”
“아니… 정말?!” 곧이들리지가 않아서, 급히 봉지에 붙어있는 코드를 들여다본다.
<*마트>의 상표가 붙어 있다. 멍청하기는! 다시 정리를 하자면, 미국에 사는 막내 딸아이가 ,입맛이 없다는 어미를 위해서 국내의 대기업쇼핑몰에 갈치와 조기와 무를 주문하고 내 주소를 일러 준 것이다. 당연히 물건은 어미에게로 오고 계산은 딸아이의 카드로 결제를 한 것이다.
“하하하하. 참 좋은 세상이다.”
“호호호호. 그러니까 건강하셔서 좋은 세상에 오래오래 사셔야죠.”
입으로는 하하 웃는데 가슴이 울고 있다. 왜 가슴이 쓰린 것인가. 평소에 나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폐가 되지 않게까지만 살겠다고 했는데 그도 허사가 된 기분이다. 이렇게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그만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말씀이야. 미끈한 미국산(?) 무로 갈치졸임을 해서 아구아구 먹고 힘을 좀 내 볼까나? 그렇게만 된다면야 무슨 걱정이랴. 무는 구색으로 보냈다 한다. 암튼 오늘도 막내 딸아이 내외에게 고마운 마음을 실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