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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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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아니올시다


BY 만석 2017-11-30

죽어도 아니올시다

 

어차피 김치냉장에서 보관 될 김장이라면 구태여 추운 날까지 기다려서 김장을 할 일이 뭔가. 그래서 올해에는 11월 중순에 김장을 했다. 밭의 배추도 보기에 딱 좋게 알이 차오르고 있었잖은가. 소금 물을 풀어 절이고 시장으로 달렸다. 잘 아는 가게에서 생강을 저울에 달아 챙기고, 마늘이 좀 적을 듯해서 마늘도 넣었다. 생새우가 마침 물이 좋아서 흡족한 마음으로 서 근을 담았다. 생강은 덤이라 했다.

 

계산을 하고 돌아서자니 뭔가 빠진 듯했다. , 갖과 쪽파를 달랬다. 만원을 건네고 돌아서서 몇 걸음을 떼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불러 세웠다.

, 쪽파랑 갖 값은 안 줬어이~. 담에 줘.”

드렸는데요.”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되돌아 섰다.

 

안 줬어.”

방금 드렸어요.”

주머니에 돈 보고 계산해봐. 안 줬어.”

주머니에서 남은 돈을 꺼내서 계산을 해 봤다. 이곳저곳으로 다니며 장을 보았다면 또 모르지. 곧장 길을 건너 이 점포로 들어섰잖은가. 조금 전에 10만원을 들고 나왔으니 계산은 뻔했다.

 

아줌마 드렸어요. 내 주머니에 남은 돈이 사만원이니 틀림없이 드린 거예요.”

엄마야 참말로 환장하겠네. 아는 사람이라고 덤도 주고 담에 받지 했더만. ”

이 노릇을 어쩐다. 주머니의 돈을 꺼내 보였더니 그래도 안 받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나님께 맹세코 드렸어요.”

입씨름은 진전이 없이 그 자리를 맴 돌고 있었다. 어쩐다?!

 

어서 가시오. 단골이라고 잘해줬더니.”

가라고는 해놓고도 뒷말이 많다.

아무튼 난 드렸으니까 갑니다.”

저만치 내 걸음은 멀어지는데 그 아주머니의 구시렁거리는 소리는 여전했다. 돌아서서 따지고 싶었으나 지금은 아니다싶었다. 줬다거니 안 받았다거니 시장 구경거리만 될 게 뻔하지.

 

김장을 담그는 내내 내 머리에는 가게집 아주머니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했다. 이 노릇을 어쩐다?! 내 성미에 에~라 하고 잊을 만 하지도 않지 않은가. ‘어쩐다?! 만원을 들고 뛰어가? 그까짓 만원이 뭐라고.’ 아니지. 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꼴이 우습지 않겠는가. ‘안 준게 뻔하지? 줬으면 왜 갖고 왔겠어. 우스운 사람 다 봤네.’하겠지. 다시 도리질을 하고 정색을 해 보지만 잊혀지질 않았다.

 

이제 김장도 담았겠다 가슴에 남은 앙금을 털어야 했다. 내가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가게집 아주머니는 쪽파 생각을 하며 손해 보았다는 생각을 할 게다. ‘못 된 여자라고 내가 눈에 띌 때마다 본전 생각을 하지 않겠어? 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실없는 여자가 되는 게 싫었다. 누구에게 안 보고 싶은 여자가 되는 건 죽어도 싫었다. 그쪽에서는 생때같은 만원을 나에게 먹혔다고 분해 할 테니 .

 

김장을 끝낸 고단한 밤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내가 손해 보는 일이 없이 아주머니 속마음을 풀어줄 묘책을 생각했다. 옳거니. 그래야겠다.

아주머니의 마음이 좀 풀어졌을까 싶어서 사흘 뒤에 가게를 찾았다.

아줌마. 굴 한 근만 주세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가 드나들 테니 바가지를 씌우던지 요령껏 만원을 챙기세요. 아줌마가 마원을 챙길 때까지 내가 딴 가게 안 가고 이리 올 테니.”

 

 

그리 안 해. 바가지는 무슨. 집이가 만원을 안 줬다 싶으면 다음 날이라도 들고 뛰어 올 사람이제. 내가 집이를 몰러?!” 단골이 떨어질 판이니 내 뜻을 따르는 게 정답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는 장사꾼의 정석이다.

허리를 펴고 배를 내 밀며 환하게 웃는 아주머니가 밉지 않았다. 굴밥을 좋아하는 영감은 덕분에 굴밥을 당분간은 자주 먹게 생겼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