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반
오랜만에 지원이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은 신록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혜란은 티파니로 나갔다. 정아도 불러냈다. 지원이는 표정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얼굴 좋아졌네? 비결이 뭐야?” “회사 그만두니까 저절로 살아나더라.” 지원이는 싱글벙..
5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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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졸업 후의 하루하루는 그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던 중 예전에 면접을 봐 두었던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중장비 기계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중소기업치고는 규모가 컸다. 혜란은 다음날 당장 출근했지만 가장 자신 없던 컴퓨터 업무를 맡게 된..
5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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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개학날 아침이 밝았지만 학교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었다.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던 혜란은 집에 있으면 뭐하나 싶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이내 등교한 걸 후회했다. 학교에 나온 아이들은 열 명도 채 안 되었다. 서로 얼굴 보기가 민망했다. ..
55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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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겨울방학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하루하루가 고역인 혜란으로선 그날이라고 딱히 별다를 게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저런 계획으로 분주했을 정아도 이번에는 잠잠했다. 그때 마침 지원이가 크리스마스이브 때 디스코텍에 가자고 전화를 해 왔다. 비용은 자기..
54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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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10월 말경이 되자 교실에는 제법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지원이처럼 이미 취업을 나간 아이들과 ‘T은행 준비반’에 들어간 애들의 자리까지 비었기 때문이었다. T은행은 T시에 본사를 둔 지방 은행으로 금융 기관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뽑았기 때문에 성적이 좀 되는..
53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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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하루는 혜란이 집으로 가자마자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영문을 몰라 큰방으로 들어가 보니 바닥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냐?” 아버지는 다짜고짜 말했다. “이게 뭐냔 말이다!” 혜란이 편지를 집어 들려고 하자 아버지는 그걸 낚아채 패대기..
52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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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혜란은 학창 시절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방학식 날, 혜란은 생각지도 못했던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 학기에 비해 월등하게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 주는 상이었다. 임 선생은 봉투를 건네주며 환하게 웃었다. “혜란아, 정말 열심히 해 줬구나. 고맙다.”..
51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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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지원이가 L그룹에 합격했다. 기말고사 전날, 3교시 영어 시간에 갑작스런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는데, L그룹에 지원했던 다섯 명 중 두 명이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두 명 중 한 명이 지원이였다. 교실에선 일제히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원이는 두 손..
50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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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에도 혜란은 계속 학교에 남았다. 학기말고사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신록이 무르익어 가는 초여름이었다. 창문 너머 라일락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데다 정아의 맹렬한 유혹까지 곁들여져 혜란은 가끔 땡땡이를 치지 않을..
49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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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혜란은 귀를 꽁꽁 틀어막은 채 공부에만 전념했다. 3학년 때 성적만 보는 곳도 의외로 많다는 말만이 유일한 위안이자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이번 중간고사에 혜란의 인생이 몽땅 걸려 있다는 뜻도 되어서 부담감 또한 엄청났다. 혜란은 학기 초부터 두통과 복..
48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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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지원이의 보물 1호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다.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등교하면서도 머리 감는 건 빼먹지 않아서 머릿결에선 늘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탐스런 머리칼을 출렁이며 걸어가는 지원이의 뒤태는 아리따웠다. 수업 시간이나 남아서 공부할 때는 흘러내리지..
4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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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4월 중순이 되자 운동장의 벚나무들이 일제히 몽우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지만 낮 시간에는 제법 햇살이 따사로웠고 바람도 부드러웠다. 정아는 수시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혜란의 마음도 괜스레 싱숭생숭해졌지만 더는 휩쓸릴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4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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