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학년
중간고사 이후 다시 기말고사를 맞이하기까지 혜란은 쭉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여전히 방과 후에 남기는 했지만 멍하니 넋 놓고 있기 일쑤였다. 공부가 안 되면 차라리 책이라도 읽으면 될 텐데 이상하게 그것도 시들해져 버렸다. 의욕이 꺾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
37편|작가: 하윤
조회수: 1,284
드디어 2학년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하려니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 배가 너무 고팠다. 점심을 싸와도 그 시간이면 항상 허기가 지는데, 혜란은 안 싸오는 날이 더 많았다. 지원이는 집이 학교 근처라 수업이 끝나면 일단 집에 가서 밥부터 먹고 왔다.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
36편|작가: 하윤
조회수: 1,347
드디어 2학년
지원이와 가까워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항상 정아가 혜란이 옆에 껌처럼 달라붙어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지원이와 둘만 있을 때도 별 진전은 없었다. 지원이는 일단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았다. 소정이나 정아처럼 말이 많고 싹싹한 짝들만 만났던 혜란으로..
35편|작가: 하윤
조회수: 1,422
드디어 2학년
*드디어 2학년 2학년이 되자 선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기 시작했다. 1학년은 갓 입학해서 뭘 모르고 3학년 때 무얼 하기엔 이미 때가 늦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첫 단추 운운하며 입학 첫날부터 엄포를 놓았던 선생들이 이제는 2학..
34편|작가: 하윤
조회수: 1,404
복학
정우오빠는 정말 걷는 게 목적이었던 사람처럼 묵묵히 걷기만 했다. 혜란은 두세 걸음 뒤처져서 조용히 따라 걸었다. 큰 키에 어깨가 축 처진 정우오빠의 뒷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 혜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우오빠는 이따금 고개를 돌려 혜란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
33편|작가: 하윤
조회수: 1,220
복학
혜란은 뿌리가 뽑힌 나무마냥 자포자기 상태에서 개학을 맞았다. 개학하자마자 학년말 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거기에 감기 몸살까지 겹쳐 버렸다. 며칠 견디면 낫겠지 했는데 상태는 갈수록 심해졌다. 몸살도 몸살이지만 혜란은 귀가 더 문제였다. 몸에 탈이 나면 귀가 평소보다..
32편|작가: 하윤
조회수: 1,193
복학
적금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혜란은 잘하면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에 귀 수술을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만기일이 며칠 지날 때까지도 부모님은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이다. 하루 이틀 눈치만 보던 혜란은 밤을 깎다가 엄마한테 슬..
31편|작가: 하윤
조회수: 1,166
복학
디데이는 1월 1일로 정해졌다. 혜란은 방학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정아가 이왕이면 폼 나게 1986년의 첫날에 시작하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 드디어 약속한 날 새벽, 정아와 만나기로 한 건 6시인데 혜란은 4시 30분에 잠이 깨고 말았다. 그것도 자..
30편|작가: 하윤
조회수: 1,488
복학
겨울방학이 다가올수록 수업 시간이 널널해졌다. 혜란은 기를 쓰고 책만 읽었다. 그것 말고는 불안한 마음을 다독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같은 페이지를 펼쳐 놓은 채 끝없는 상념에 젖어 있기가 일쑤였다. 그 상념의 중심에는 늘 정우오빠가 있었..
29편|작가: 하윤
조회수: 1,175
복학
11월 첫 주에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다.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수학은 50점 만점에 20점대로 최악이었다. 그나마 체면을 좀 세운 건 이번 시험에서 가장 까다로웠다는 국어와 영어였다. 두 과목 모두 45점씩을 넘는 바람에 혜란은 뜻하지 않게 반 아이들의 주목을 받..
28편|작가: 하윤
조회수: 1,228
복학
“우리 내일 만날까? 난 명절이 진짜 싫어. 너무 심심해.” 추석 전날, 다들 신이 나서 가방을 싸는데 정아는 시들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가 허락할지 모르겠네....... 그리고 명절 같은 날은 원래 집에서 보내야 되잖아?” “아휴, 또 고리타분한 소리 한다..
27편|작가: 하윤
조회수: 1,166
복학
분희는 고맙게도 짝까지 선물하고 갔다. 분희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한 칸씩 자리 이동을 한 결과 혜란에게도 짝이 생긴 것이다. 짝은 공교롭게도 정아였다. 복학한 첫날 말을 걸었다가 무안을 당하고도 정아는 꾸준히 혜란에게 관심을 보여 왔었다. “넌 꼭 책에 굶주린 ..
26편|작가: 하윤
조회수: 1,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