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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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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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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야


BY hl1lth 2001-03-30

"미순아, 빨래하러 가자"
봉순이 미순이 집 앞으로 와 미순일 불렀다. 미리 약속이 돼 있었던 모양으로 봉순이 부르
자마자 미순은 빨래가 든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대문을 나섰다. 둘은 개울가로 걸음을 옮기
며 각자의 머리 위에 이어진 빨래의 양을 살핀다. "미순아, 너 오늘 빨래 되게 많네?" "응,
엄마가 편찮으셔서. . ." "많이 아프시니?" "응, 요새 장사하신다고 많이 힘들었거든. 우리는
여름철에 유원지에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 많이 팔아야 겨울까지 지낼 수 있쟎아." 어려서부
터 산의 계곡에서 장사하시는 부모님을 거들며 살림도 하고 장사 일도 거든탓에 미순은 나
이가 어려도 꽤 철이 들어 있었다. 그저 놀이 삼아 빨래를 들고 나와 개울서 빨래를 하는
봉순과는 달리 미순은 빨래를 늘 자신이 맡아서 했다. 굳이 누가 시킨 도 아니건만 미순인
늘 자신이 할 일은 찿아서 해내어 어머니나 아버지의 힘을 덜어 드렸다.

오늘도 혼자서 개울로 빨래를 하러 간다는 걸 아는 봉순이 어제 저녁부터" 내일은 꼭 같이
가자" 며 미순일 졸랐고 혼자 하는 것 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덜 심심했기에 미순은 봉순에
게 그러라고 했다. 동생들의 기저귀며 옷 등을 빨래 감으로 챙겨 미순을 따라 나선 봉순인
개울에 도착하자 신었던 양말을 벗고 투명하게 흐르는 물 속에 발부터 담가 본다. 넙적한
돌을 구해와 미순과 마주 보도록 자리를 만든 봉순은 양쪽으로 발을 벌려 물 속으로 담그고
는 아예 돌맹이 위에 걸터 앉아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쫄쫄거리며 흐르는 냇물에 이렇게
발을 담그고 앉아 빨래를 하다 보면 나중엔 엉덩이가 물에 다 젖어 버리곤 하지만 그래도
봉순인  이렇듯 털퍼덕 앉은 자세가 되어 빨래하는 것이 좋았다.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치
대는 미순을 보며 "야, 너도 이렇게 돌맹이 하나 구해서 앉아서 빨아 봐,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 데. . ." "난, 이게 편해." 힌 빨래와 색깔 있는 빨래를 구 분해 놓고 먼저 힌 빨래부터
시작한 미순은 넙적한 돌맹이를 빨래판 삼아 옷을 올리고 비누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손으로 조물락 거리며 능숙하게 빨래를 비벼대고 치대다가는, 옆에 놓인 방망이로 시원하게
두들겨 댄다. 마치 탬버린을 두드리듯, 박자를 맞춰가며 두들겨 대는 미순의 방망이 소리는
개울가를 경쾌하게 만들었고 덩달아 빨래 비비는 손이 바빠진 봉순은 비벼대던 기저귀를 물
속으로 잡아넣고 흔들어 대었다. 하얀 비누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물살 위를 흘러가고, 봉순
은 더욱 빠른 손짓으로 빨래를 흔들어 댄다. 그저, 빨래를 치대어 흐르는 물에 담가 두어,
물살에 저절로 비누 물이 빠질 동안 다른 빨래를 비벼대는 미순의 모습과는 달리, 봉순의
모습은 빨래를 한다기보다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빨래를
행구고 다시 다른 빨래를 집어 든 봉순은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부지런히 빨래를 치대
었다. 미순의 빨래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양에다가 봉순이 부지런히 서둘러 빨래를 한 탓에
봉순의 빨래는 다 빨렷고, 아직도 많이 남은 미순의 빨래를 봉순이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
다. "내가 도와 줄께." 자신의 빨래보다 더 세심하게 빨아대는 봉순의 모습을 보며 미순은
봉순이 말은 안 하지만 자신을 돕기 위해 함께 빨래하러 가자고 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미순은 아무소리 않고 흐르는 개울물을 손으로 살짝 묻혀 봉순에게 튕긴다.

"앗, 차거워. "
"힘든데 그만하고 쉬어."
"안 힘들어."
"놔 두라니깐."
"괞챦아, 우리 빨래 다하고 머리 감자."
"그럴까?"
미순은 부지런히 빨래를 치대 봉순 에게 던저 주고 봉순은 그 빨래를 물에 흔들어 가며 깨
끗이 행구어 미순의 함지박에 담았다. 어느 덧 많았던 빨래가 다 끝나자, 둘은 머리를
흐르는 물 속에 담구어 적시고는 가지고 온 빨래 비누를 머리에 문질렀다.
손으로 머리카락에 묻은 비누거품을 문질러,  하얀 비누 거품을 손에다 거머쥐고 상대에게
뿌려 가며 장난을 하던 두 사람은, 머리가 하얗게 비누칠이 된 상태로 도망가고 잡으며 깔
깔거리다가, 맑은 물에 머리를 헹구고 수건으로 닦아 낸 뒤 빨래 함지박을 들고 개울 옆의
넓적한 바위위로 자리를 옮겼다. 빨래들을 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 널어서 말리고, 빨래가
마르는 동안 두 사람은 숲이 우거진 개울가에서 노래도 부르고 조약돌로 공기도 하며 개울
가에 얕게 잠긴 돌을 들춰내며 가재를 잡았다. 빨갛고 제법 큼직한 가재들을 손으로 집어내
며 노는 동안 둘의 머리가 말라 부드럽게 낯을 갖지럽혔고, 따가운 햇볕으로 뽀송 하게 마
른 빨래를 다시 함지박에 주워 담은 두 사람은 개울 길을 따라 집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