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도전! 시어머니께서 메주 열두 장을 택배로 보내셨다. 장 담그는 철이 되면 의당 시댁에서 거사(?)를 행해왔는데,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나 혼자 해결하게 되었다. 콩 농사가 잘 되어 보내드렸더니 메주를 쑤고 말려 다시 주신 것이다. 일전..
24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300|2014-02-28
경계는 사라지고
경계는 사라지고. 연 오일 째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저는 생각이 많습니다. 소녀 적 감상에 젖어 눈밭을 뒹구는 도문리 오권사님과, 교회마당에서 사진기 들이대며 깔깔 넘어지던 박집사님이 떠올라 잠시 웃습니다. 이곳 속초에서 오래 살다보니 사람들도 ..
23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242|2014-02-10
툇마루
툇마루 남편의 대학동기가 산세 좋은 곳에 새로 집을 지었다고 한다. 오랜 아파트생활을 접고 꿈에도 그리던 전원주택에 살게 된 것이다. 일간 다녀가라기에 우리가족 넷이서 동행을 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입구에 다다르자 소울음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23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45|2014-01-06
고들빼기
고들빼기 황금들녘에서 풍겨오는 볏짚 냄새가 폐부 깊숙이 가라앉은 아릿한 앙금을 긁어냅니다. 그 아릿한 앙금은 옛 추억의 공간이었다가, 어느 순간 그리운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주머니 깊고 넓게 만든 앞치마 둘러메고 고들빼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탈..
23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10|2013-10-07
글코버섯
글코버섯 가을장마인지 연일 비가 쏟아집니다. 황금들녘마다 볏짚냄새 그득하게 풍기다가 때 아닌 장대비에 딸꾹질 하듯 놀라 멈추고 말았지요. 논바닥에서 굉음을 내며 시동 중이던 콤바인들도 어디로 갔는지 쉬고 있습니다. 빗줄기는 종일 멈출 기미가 보이..
23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0,719|2013-10-01
촌부(村婦)의 일기
촌부(村婦)의 일기 밭뙈기 하나를 사서 농사짓기 시작한지 올해로 두어 해가됩니다. 대단한 특용작물을 키운다거나 대량 수확을 계획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저 내 가족 식탁에 좋은 먹을거리나마 올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겁니다. 소일거리삼아 하는 것이라..
23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137|2013-09-26
퉁돌이
퉁돌이 “에라! 사람 참 못됐네. 뭘 그렇게 퉁퉁 거리냐? 나쁜 퉁돌이 같으니라구.” 부슬부슬 장맛비는 쉬지 않고 내리는데 주차장 구석 남편 차에 오르고 출발해서 도로까지 나왔어도 내 입은 구시렁거렸다. 즉흥적인 별명으로 ‘퉁돌이’를 떠올려 그에게 붙..
23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40|2013-07-11
빨랫줄과 감꽃
빨랫줄과 감꽃 빨랫줄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마당가운데 두 개의 줄이 있는데, 이사 오면서 매어 놓은 먼저 것이 낡았다. 높은 자리에서 팽팽한 가로줄을 자랑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점점 늘어진다. 또 다른 늙음을 바라보듯 젖은 빨랫감..
23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85|2013-06-04
콩밭은 내 마음에
콩밭은 내 마음에 저만치 녹색신호등이 켜지고, 가속페달을 밟던 내 입에선 짧은 탄성부터 흘러나왔다. “아! 저게 뭐지?” 중장비가 동원되어 콩밭을 밀어내고 있다. 간혹 노인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다. 그나마 콩밭이 ..
23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172|2013-05-22
엄마 탄신일
엄마 탄신일 이달 29일은 음력 삼월 스무날인 내 생일이다.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걸핏하면 지나치기가 일쑤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의 뻔뻔스러움도 나이만큼 두꺼워지는지 이젠 대놓고 외쳐댄다. 4월 첫날부터 눈이 마주치는 가족들마다 쐐기를 박았다...
23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387|2013-04-04
1년 재계약
1년 재계약 2층 공사에 매달려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라 통학버스를 기다리려는데, 문득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말았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니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나?’ 답이 오기를..
23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56|2013-03-21
묵 쑤던 날
묵 쑤던 날 찬장 양념 칸 한 귀퉁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몰리던 도토리가루를 집어든다. 겁만 먹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한번은 시도 해봐야할 것 아닌가. 매주 금요일마다 교회 할머니들 기도회 중식봉사를 한답시고 설쳐댄 지 몇 달이 지나고 있다..
22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053|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