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 수다 한 모금
수다 한 모금 “고구마 한 상자 보내주랴?” 우물가에서 할머니 똥 싼 이부자리를 두들긴다는 어머니 목소리. 딸한테는 늘 보낸다는 한 가지 말밖에 모른다. 옆에 할머니가 앉아 계시다며 전화를 바꾼다. 내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들으시는 할머니 목소리에 ..
1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20|2008-12-22
문짝
문짝 “피난길에서 돌아와 보니 집안에 남아있는 문짝이 한 개두 없는 거여. 온 마을을 죄다 뒤졌지. 뒷산중턱에 가보니까 게 있더구먼. 빨갱이들이 집집마다 떼다 버리고 갔는데 한눈에 봐도 우리 문짝인 거여. 머리에 이고 정신없이 뛰어내려왔지. 문짝 제자리에 ..
1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47|2008-12-22
마릿골 2 - 살구향기는 바..
살구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두해 따 드시고 돌아가셨어” 전화선 너머 친정어머니 목소리는 뿌연 아득함과 겹쳐 전해졌다. 친정뒤란을 퍼 올리던 내 기억의 갈퀴는 무딜 대로 무디어져 긁어모아도 건더기가 없다. 명절에나 겨우 한나절 고개 내미는 것으로 자식의..
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80|2008-12-22
삶의 향기 - 봄밭에서
봄밭에서 “다 빼먹었구먼......,쯧쯧” 앞선 걸음의 어머니는 밭 고랑사이를 걸으시며 연실 그 말만 하십니다. 나물바구니를 들고 뒤따르던 맏며느리는 뭘 먹었다는 것인지 의아해집니다. 아침도 거르고 왔건만, 자꾸 뭘 빼먹었다고 하시는 어머니. ..
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27|2008-12-22
삶의 향기 - 북소리
북소리 저 소리는 무엇이더냐. 이제 막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을 뿌연 공간에 북소리가 아침을 가른다. 악전고투 끝에 울려대는 어린 병사의 승전고인가. 아니면, 생활고에 찌들은 선량한 백성의 신문고 소리인가. 고막을 자극하던 개소리가 잠잠해졌다싶으니 북소리..
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92|2008-12-22
삶의 향기 - 개소리
개소리 매일아침 머리털을 곤두세우는 저 소리.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기에 새벽시간 내 잠의 깊이는 기분 좋은 꿀맛이다. 그런 꿀단지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박살내는 것이 있다. 바로 개소리다. 정확히 새벽 다섯 시 오십 분쯤부터 대략 삼 십분 ..
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56|2008-12-22
삶의 향기 - 새소리
새소리 저녁밥을 먹은 후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산책은 핑계이고 걷는 동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서 좋다. 반찬값이니 공과금 계산으로 거미줄을 쳐대던 머릿속이 잠시 휴식을 찾는다. 웬 까치소리지? 어둠이 잦아드는 거리의 나무..
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66|2008-12-22
꼴지게, 물지게
꼴지게, 물지게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무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팔딱팔딱 고무줄놀이를 하며 즐겨 불렀던 노래이다. 나무를 한 짐 해 오시는 할아버지 지..
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56|2008-12-22
해넘이
해넘이 그 유명한 동해바다의 귀한 해가 날마다 곁에서 떠오르고 넘어간다. 밤사이 소금기에 잘 절여진 붉은 해는 수평선 위를 박차고 오르면서 보는 이들에게 공평한 하루를 던져놓는다. 앞집 순이와 뒷마을 개똥이네 집에도 부족함 없이 골고루 따습고 환한 빛이다. ..
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08|2008-12-22
삶의 향기 - 이비인후과에서
이비인후과에서 티브이방송 오락프로그램이었던가. 진행자가 한 여배우를 향해 묻는다. “첫사랑은 언제 해보셨나요?” 조금 머뭇거리는가싶더니 부끄럽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야말로 사연 깊은 첫사랑이 소개 되려나 기대했던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만다. 유치원 때 단..
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61|2008-12-22
마릿골 1 - 소쩍새
마릿골 소쩍새 어성전(魚城田)의 맑은 계곡을 다시 못 보게 될 줄 알았다. 태풍‘매미’와 ‘루사’의 횡포는 참혹했다. 가옥들과 농토가 삽시간에 황톳물 속으로 사라졌다. 지형을 바꿔놓고 사람들 가슴마다 할퀴며 생채기를 남겼다. ‘물이 깊어 고기(魚..
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18|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