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649

삶의 향기 - 개소리


BY 박예천 2008-12-22

 

                 개소리

 


 

매일아침 머리털을 곤두세우는 저 소리.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기에 새벽시간 내 잠의 깊이는 기분 좋은 꿀맛이다.

그런 꿀단지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박살내는 것이 있다.

바로 개소리다.

정확히 새벽 다섯 시 오십 분쯤부터 대략 삼 십분 가량을 쉬지 않고 짖어댄다.

중간에 쉼표가 있거나 사 분의 사박자정도라면 적당히 참아 줄 수도 있다. 

헌데 이 녀석의 목청은 설악산 폭포아래서 득음을 했는지 소리는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것 만큼이요, 빠르기는 알레그로이거나 비바체이다.


그래. 소리는 그렇다 치고, 짖는 이유가 동정심을 불어 일으킬 만한 것이라면 혹 용서가 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 틈에 다리나 꼬리가 끼어서 내는 고통스러운 신음인 경우라면 말이다.

그러나 애완견 사육의 전문가격인 나의 다년간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저 소리는 용변을 알리는 신호음이다.

훈련받은 녀석들일수록 제 배설물 처리에 깔끔한 척 티를 내고싶어 안달이 난다. 


좋다. 일단 소리의 원인이 분석되었다고 치자.

짐작되는 거리로 봐서 위치는 내가 머물고 있는 7층보다는 아래층일 테고 그러면 같은 아파트라는 얘긴데, 도대체 주인들은 귀머거리인가?

빠른 시간 내에 소리를 진압하던지, 개똥을 받아낼 일이지 어쩌자고 새벽댓바람부터 기상나팔을 울려대는지 모르겠다.

후덥지근한 밤 기온 때문에 창문들을 죄다 열고 자는지라 개소리는 그 울림에 메아리까지 보너스로 얹어져 아파트 한 동을 뒤흔들어 놓는다.

며칠을 망설였다.      

경비실에 인터폰을 할까. 말까.

수준은 어느 급으로 시작하여 말을 꺼내볼까.

앙칼진 무식쟁이 여편네 특유의 목소리로?

느끼하고 찹쌀떡 쫀득거리는 비음을 섞어 싸모님의 우아한 톤으로?

개소리 때문에 억지로 잠이 깬 나는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해보고 있었다.


젠장......,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마다 빼앗기는 단잠이 억울해 채 눈은 떠지지도 않은 자세로 누워 중얼거린다.

이불을 박차고 정신을 차려볼까 어찌할까 망설이는데 또 다시 들리는 저 소리.

나보고 개소리 좀 작작 하란다. 직접 개 팔자가 되어보라는 거 같다.


음......, 올해 초복은 다음달 스무날이군. 쩝~!

두고보자, 변 견!




2004년 6월 25일 졸린 눈으로 복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