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아홉 내 할아버지
여든 아홉 내 할아버지. 며칠 전 새벽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할아버지의 위독함을 알려주시며 아무래도 맘의 준비를 하라는 말씀이다. 내가 스무살의 나이를 먹을 때까지 내 기억 속의 할아버지는 늘 친구 같은 모습이셨다. 겨울엔 두 남동생들의 썰매와 ..
2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32|2008-12-23
할아버지께
부 탁 (병상에 계신 할아버지께) 거절 말고 들어주십시오 오줌 싼 고쟁이 며느리 손이 갈아 입혀 드리니 창피하다, 이불 덮어라 고개 숙여 울지 마십시오 명절이면 잘 방 없다 오지 마라, 생신 때는 먹고픈 거 없다 오지 마라 소..
2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29|2008-12-23
마릿골 6 - 개구리
개구리 옷이 살의 일부처럼 땀에 달라붙어 끈적이는 여름날. 방학이 되니 날마다 신이 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개울가에 몸을 던진다. 멱감는 아이들은 벌써 한 무리가 첨벙거리고 있다. 나도 질세라 옷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덩치가 좀 ..
2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57|2008-12-23
마릿골 5 - 오디
오디 점심시간이 되어 한 무리의 아이들이 학교운동장 구석 허술한 개구멍을 빠져 나와 근처 야산으로 간다. 소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 도시락 맛은 소풍 길 들뜬 기분이 된다. 나무 밑 둥을 찾아 엉덩이를 걸치고 앉기도 하고 그냥 잡풀무더기에 털썩 다..
2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51|2008-12-23
마릿골 4 - 강냉이 줄
강냉이 줄 마릿골에도 강냉이 아저씨는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고물을 수집하는 엿장수로 충실히 임무수행을 하다가 초겨울이 접어들면서 직업전환을 한다. 가을 끝자락까지 들리던 찰찰 가위소리는 강냉이 튀기는 소리로 짐수레 위에 고물 대신 바꿔가던 가락엿이며 빨래..
1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99|2008-12-23
극기훈련 1학기
극기훈련 1학기 교문 앞에 서있는 엄마를 향해 아이가 달려온다. 양손에 실내와 한 짝씩을 들고 머리카락 나풀대며 함박웃음으로 온다. 등에 매달린 책가방도 덩달아 출렁거린다. 선물인양 때 묻은 실내화를 내민다. 가방까지 넘겨받고 보니 무게가 평소 같지 않다. 돌..
1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31|2008-12-23
색깔에도 성별이 있다?
색깔에도 성별이 있다? “아이가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여자아이인데요.” 이 부분까지의 내용으로는 산부인과의사와 나눔직한 대화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러나 병원은 아니다. 아이의 성별을 물어본 사람은 문방구 아줌마요, 대답을 한 이는 바로 ..
1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09|2008-12-23
상습결빙지역
상습결빙지역 강원도의 산길은 굽이굽이 고개마다 사연이 숨어있다. 곧게 펴놓은 고속도로에서는 냅다 달려야만 하기 때문에 미처 산의 이야기를 들을 새가없다. 그래서인지 시댁으로 향하는 여러 개의 고갯길 중, 남편은 미시령국도를 자주 이용한다. 가다가 차를 세우고 ..
1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87|2008-12-23
마릿골 3 - 마릿골 백화점
마릿골 백화점 마릿골 장씨네 가게는 동네에서 하나뿐인 백화점이다. 지금이야 동네를 통 털어 네 곳이나 구멍가게가 생겼지만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유일하게 하나뿐인 가게여서 상권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것이 동네 부녀 회에서 운영하는 공판장이 당골 마을회관 ..
1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60|2008-12-22
조각이불
조각이불 덮고 자는 홑이불의 나이가 스물둘이나 된 것을 이제야 헤아려본다. 천 조각 여러 폭을 이어 붙여 만든 조각이불이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코끝에 대니 오래 묵은 세월의 냄새가 까슬까슬 일어난 보풀에서도 느껴진다. 무더..
1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15|2008-12-22
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 손에 땀을 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청백색 배턴 한 토막이 다음주자에게 건네질 때마다 늘어선 관중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가른다. 펄럭이는 만국기도 응원단이다. 가을바람결 따라 형형색색 갈채를 하늘위에 수놓고 있다. 드넓은 땅바닥엔 단 두..
1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07|2008-12-22
삶의 향기 - 55번 황순남..
55번 황순남씨 처음엔 숙달된 조교의 시범인줄로만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늘 같은 태도일수가 있을까. 서비스직종이거나, 영업직에 몸담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이른 아침 문을 열기 전, 마치 손님이 곁에..
1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55|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