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피어나는 봄
꿈이 피어나는 봄 별무더기가 밤하늘 가득 낮게 내려앉았다. 저녁설거지 끝내고 감자껍데기를 두엄자리에 버리러 나갔다가, 쉽게 들어오질 못하고 있다.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와서 맞이하는 네 번째 봄이다. 살구나무 아래 흙 틈 비집고 수선화 싹이 근..
22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48|2013-02-28
불어터진 떡국
불어터진 떡국 교회 할머니들 기도회 식사봉사가 있는 금요일이다. 명절 끝이라 마침 친정과 시댁에서 얻어온 김치만두가있어 만둣국을 끓이기로 했다. 하루 전에 계란지단을 색깔별로 나눠 부치고 소고기 고명과 김도구워 준비했다. 언덕 위 아파트에 사는 봉..
22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65|2013-02-15
재간둥이
재간둥이 서울근교에 사는 남동생이 초등학교 때 은사님을 만나러 간단다. 사전에 듣기로는 누나뻘인 내 동창생들도 몇몇 나온다고 했다. 먼 바닷가에 산다는 이유로 가지 못하고, 동생에게 안부만 여쭤 달라 전했다. 손가락을 꼽아보니 34년만이다. 6학년이..
22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73|2013-01-24
편하다는 이유
편하다는 이유 말이 됩니까? 다른 자리도 아니고 마주앉아 밥 먹다가 꼭 그 짓을 해야 했는지요. 부부가 오래 살면 눈빛 하나에도 뭔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할지라도 나는 일부러 모른 척, 둔한 척 사는 중입니다. 약간..
22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28|2013-01-22
외할머니 사랑
외할머니 사랑 한참 통화중이었는데 잠시만 기다리란다. 부드럽게 이어가던 방금 전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손자들을 향해 호통 치는 설악동 오권사님. 쩌렁쩌렁 수화기너머 할머니가 엄청나게 뿔났다. “야! 이느무 새끼들아, 언능 안 나가? 혼나볼래? 엉?..
22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72|2013-01-15
이름을 불러주세요!
이름을 불러주세요! 갈수록 희미해지는 기억력을 되살리고자 새해부터 시작한 일이 있다. 계획이라 말하니 거창한 것인가 하겠지만, 휴대전화 속저장된 전화번호 외우기부터 실천에 옮겼다. 사람 사는 일에 편리함을 더해주고자 이용하는 기계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에게..
22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79|2013-01-09
홍 언니
홍 언니 홍 언니 새해 들어 첫 속회가 있는 날입니다. 애초에 거동 불편한 강 집사님 댁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날이니, 식사라도 함께하자는 의견입니다. 뜨끈한 굴 국밥 한 그릇씩 먹으며 인사나누기로 ..
22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03|2013-01-05
나는 건재하다
나는 건재하다 친구야! 아까 네 문자에 빠른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해해다오. 저녁식탁을 준비하면서 이왕이면 그 시간에 세탁기도 돌리자 했지. 원래 주부들이 한꺼번에 문어발식으로 일처리를 하잖니. 세제 양 조절하고 세탁기를 작동시켰어. 깜..
22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39|2013-01-04
노련(老練)하다는 것
노련(老練)하다는 것 새해 첫날 휴대전화에 불이난다. 대망의 2013년 대문빗장 열어주느라 곳곳에서 바쁘게 접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애써 꾸민 메시지가 날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낸 문자에 왜 답이 없느냐, 받은 적이 없다 장난스런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
22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21|2013-01-03
정말 행복한 사람
정말 행복한 사람 지난 봄부터였을까. 무시로 그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어느 초등학생이 집에 돌아와 음악실기 연습을 하는 것이라 짐작했다. 사방이 고즈넉한 분위기가 될 무렵이면 가늠할 수 없는 방향에서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길 건너편 빌라 몇 ..
21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399|2012-07-13
꼬부랑고개
꼬부랑고개 할머니! 어쩌지요? 큰손자가 아직도 울어요. 자정이 가깝도록 잠들지 못하고, 바닷가 사는 누이 앞으로 할머니영정사진 담긴 메시지를 보냈어요. 이유는 딱 한 가지, 할머니를 뵙고 싶답니다. 9년 전 가신 할아버지도 생각난다며 목소리는 들..
21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052|2012-07-03
우리 할머니
우리할머니! “누나, 할머니 화장한 모습 살면서 처음 본다. 정말 이쁘더라!” 생전에 분칠한번 입술연지 칠하는 적 없었던 할머니가 곱게 화장을 했다. 생소하였지만, 남동생말대로 예뻐 보여 오열하는 내내 자꾸 할머니 볼을 만졌다. 입안에 무엇인가..
21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87|201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