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한 사발 - 배은하고도..
배은하고도 망덕한 놈 생각 같아선 벌거벗겨 물볼기라도 흠씬 쳐주고 싶은 녀석. 절대로 피붙이 욕을 드러내놓고 글로 풀어놓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자꾸만 입에 게거품 고여 못 참겠다. 정말이지 칙칙한 가정사는 밝히기도 싫었고 되도록 희망 섞인 글로 독자와 만..
10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21|2009-04-01
다정도 병인 양하여
다정도 병인 양하여 처음엔 오지랖이 넓은 것이라 변명하고 살았다. 유난스런 내 성격을 주위에 익숙해진 이들은 일찍이 체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위 양심에 어긋나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 여겨지면 가만있지를 못한다. 슬슬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정도가 ..
10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03|2009-03-31
야생화 이야기1
야생화 이야기 드디어 봄 산이 제빛을 찾는다. 눈 쌓인 설악은 움츠렸던 기지개를 켠다. 산 아래 항구도시에도 때 아닌 서설이 내렸다. 차가운 결정체이건만 봄꽃 속에 쏟아져서인가 오히려 포근한 빛이다. 속초에 살다보면 봄에 만나지는 눈 무더기쯤은 놀라울 ..
10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13|2009-03-29
새 초롱
새 초롱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주말을 맞아 원주시댁에 도착하여 하룻밤 묵고 나니 오일풍물장이란다. 작정하고 장 구경한 풍경들만 글로 읊어보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졸지에 장터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오일장에서 건진 소품하나가 신선하게..
10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03|2009-03-23
삶의 향기 - 어느 해 여름
2005년도 여름이었던가. 유뽕이의 찰흙 놀이를 지켜보다 흐믓해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사진첩을 들추다보니 여전히 자리해 있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징그럽게 커버린 아들 바라보니 고생스럽기만 한 건 아니었구나 싶다. 잠시 그 날의 감동 속으로 달려 가본..
10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06|2009-02-02
마릿골 23 - 덕호 할아버..
덕호 할아버지 마을 공판장 가려면 손에 땀을 쥐어야 한다. 좌우를 살핀 후 재빠르게 앞만 보고 달음박질 쳐야한다. 슬쩍 곁눈질이라도 하는 날에는 볼때기 상납을 당한다. 번갈아 양쪽이 얼얼하도록 꼬집히고 손자국이 벌겋게 되어야 끝이 난다. 양지바른 중간 뜸 ..
10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25|2009-01-14
막잠
막잠 섶에서 고치도 짓기 전에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된 누에를 보았다. 은행상품코너에 누에가루가 진열되어있다. 뽕잎냄새를 싣고 아득해진 기억이 올라온다. 대소쿠리에 뽕잎 따 담고 누에똥 가려주던 계집아이는 어느새 불혹 넘긴 아낙이다. 누에는 넉 잠을 자고..
10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88|2009-01-13
삶의 향기 - 족쇄
족쇄 현대문명이 낳은 최첨단 기계들의 활용으로 자아실현은 물론 가정경제에 최대한 이바지하는 사람이 우리 남편이다. 일찍이 남편은 컴퓨터를 비롯한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계들을 섭렵해왔으며 그것들과의 유대관계 또한 마누라이상이었다. 성능 좋은 음향시설..
10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14|2009-01-07
삶의 향기 - 옥수수 사세요..
옥수수사세요!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도 그랬다. 여름아침이 뿌옇게 열리는 시간 정적을 깨뜨리며 울리는 소리.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기계음이 아니어서 더욱 솔깃해지곤 했다. 부산하게 남편의 출근길 배웅하거나 아이의 책가방을 챙겨주다가도 청각이 번뜩 곤두서..
9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39|2009-01-07
삶의 향기 - 젤리슈즈
젤리슈즈 원주 시댁에 갔을 때 얼음 빛의 시원한 신발을 보았지요. 신어보니 가볍고 편했습니다. “어머! 어머니 이 신발 참 좋네요. 어디서 나셨어요?” 호들갑스런 며느리를 보시더니, 너 신어라 하십니다. 달라는 말보다 아예 발을 디밀고 신었으니 마지못해..
9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35|2009-01-07
마릿골 22 - 정 냄새
정(情)냄새 아들의 옷을 움켜쥐고 오랫동안 냄새를 맡는다. 거실바닥에 던져진 잠옷을 주섬주섬 챙기다가 얼굴에 비벼보았다. 눈앞에서 함께 있다 방금 자리를 떠난 사람의 부스러기들은 입었던 옷가지에 잔뜩 붙어있다. 옷 속에 코를 박고 있으면 진한 살 냄새가 전해져 온다..
9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75|2009-01-07
마릿골 21 - 외할머니 댁
외할머니 댁 방학 때마다 있어지던 어린 시절 여행이 떠오른다. 외할머니 댁으로 가기 위해 우리 삼 남매는 서둘러 준비를 한다. 일기 쓰기는 미리 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남겨지는 숙제가 없도록 며칠 동안 벼락치기로 해버린다. 그래야 맘 편하게 방학 ..
9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90|200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