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세 송이
요즈음 들어 남편의 귀가가 늦다. 굳이 어디갔다 왔느냐고 몰아 세우지도 않는다.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회사에 손님이 와서 늦게까지 일하다가 외박을 한 것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오늘도 전화 한 통없이 늦다. 아이들과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현관..
27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525|2005-08-23
어느 날...
드디어 화산이 폭발해 버렸다. 지갑을 안 줄려고 몸부림치는 아이와 지갑을 뺐지 못해 안달을 하는 아이는 서로 울고불며 뒤얽혔고, 그 찢어지는 울음소리는 엄마로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도리의 방어막을 찢어 놓고야 말았다. 목욕탕에 들어가 큰 아이 어깨를 흔들며 울..
26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522|2005-08-09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남편 책장에 꽂힌 낡은 책 한권이 눈에 띄였다. 내가 어릴적 책을 읽으며 운 적이 딱 2번이 있는데, 첫번째는 초등 5학년쯤 이었던가. 추운 겨울밤 배깔고 누워 읽은 플런더스의 개였고, 두번째가 이번에 다시 읽은 이 책이었다. 요즈음 아이들의 시각을 빌어 세상을 ..
25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814|2005-07-24
장마
어제까지 비가 지짐거리더니, 오늘은 아예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줄줄 흘러 내린다. 몸부터 그것을 알았는지, 김치를 담구어 보겠다고 설치던 금요일부터 피곤이 온 몸을 뒤덮더니 토요일부터는 목이 침을 삼키면 거북할 정도로 아프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장마는 조금씩 조금씩 몸..
24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493|2005-07-03
아줌마의 몸부림
큰 아이가 15개월쯤 되었을 때 집을 뛰쳐 나갔었다. 왠지 집에 있으면 혼자 도태되는 것 같고 지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나올 수없을 것 같아 썩은 동화줄이건 튼튼한 동화줄이건 안 가리고 막 잡았다. 남편은 말한다. 그 때, 멀리 다른 지역이 아니라 가까운 ..
23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3,916|2005-06-23
물기 가득한 날
아침부터하늘은물기를 입 안 가득 머금고 있는 듯했다. 아이 병원을 다녀올 쯤엔 간신히 웃음을 참느라 애쓰다가 피식피식 새는 입술의 틈 사이로 물방울이 뚜우 뚝 뚜우 뚝 떨어졌다. 마침내 하늘은 오후 아이 마중을 나갈 쯤에는 파아아 최불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22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362|2005-05-06
조개 속 이야기
하늘에서 하얀비가 사뿐사뿐 내린다. 그사이를 둥둥 떠 다니고 있다. 누구라도 만나면하얀 웃음으로 반갑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번에도 그랬었다. 보슬보슬 비가뿌리는데, 같이 맞을 친구가 없었다. 금방 전화하면 나올 친구! 이렇게 복잡한 도시 생..
21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565|2005-04-07
싸 주는 김밥과 사 주는 김..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처음 봄소풍이다.며칠 전부터 부산을 떤다. "가져 갈 과자를 뭘로 할까? 유희왕? 원피스?""음료수는 콜라가 좋을까? 팬돌이가 좋을까?""엄마, 선생님이 비닐 봉지 두 개도 챙겨달래. 쓰레기 넣는다고." 부엌일을 하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쫑알..
20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661|2005-04-02
봄 땡겨오기
비가 내린다. 봄비라면 분위기 있게 솔솔 내릴 양이지 봄비도 아닌 것이, 무거운 겨울비도 아닌 것이 뚝 두둑 뚜욱하며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줌마라면 으례 밖에 널어놓은 빨래를 걱정할 일이지만,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된 요즈음은 그럴 걱정은 없다. 요란스럽게 풍..
19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471|2005-03-21
비젼없는 남자와 사는 법
큰 차를 사지 못한다는 불만을 털어놓던 남편은 이내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좌절의 강을 건너더니, 나이 40이 되어도 빚더미 속에서 허덕이는 자신에 대한 우울의 늪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남편과 부딪힐 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술을 마시고 괴롭히면 어..
18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3,120|2005-03-13
남편의 자존심
남편과 나는 싸움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마음이 아파서 길게 말다툼을 못한다. 비록 의견이 틀려 토닥거리다가도 감정이 격해지면 나가버린다든지, 속으로만 씩씩거릴 뿐. 사실 주말 부부를 할 때는 한번 싸우면 일주일을 가므로 싸울 기회도 몇 번 없었다. 그런데 ..
17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540|2005-03-07
엄마는 장님
아이를 등짝에 붙이고 버스를 타고 아이의 수료식에 갔다. 아이의 선교원은 교통이 불편해 한코스나 걸어가야 했다. 겨울이 혼자 가기가 아쉬워 어문 나에게 칼바람을 쏘아댔지만,악착같이 걸은 덕분에 11시가 조금 넘어서 수료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장에는 한복을 곱..
16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387|200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