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하얀비가 사뿐사뿐 내린다.
그 사이를 둥둥 떠 다니고 있다.
누구라도 만나면 하얀 웃음으로 반갑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번에도 그랬었다.
보슬보슬 비가 뿌리는데, 같이 맞을 친구가 없었다.
금방 전화하면 나올 친구!
이렇게 복잡한 도시 생활에 딱딱 맞추어 대기할 친구가 있겠냐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자기 안에서만 살아가고, 친한 친구들은 달려오기엔 너무 먼 곳에 있고.
이 곳에 정착한지 1년이 넘어가는데도 아파트 옆집 사람과는 인사만 하는 사이다.
가슴 한켠이 시큰거려도 나누면 반이요, 기분이 널뛰듯이 좋아도 나누면 배가 된다던데
언제나 내 안에서 내 것만큼만 틀어잡고 용을 쓰고 있다.
삶의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닐찐데.
부딪힘없이 살아간들 죽기야 하겠냐만은 삶의 깊은 울림은 없다.
누가 그랬던가.
우리 모두의 삶은 실은, 핵과 같은 상처를 감싸고 입을 다문 조개와 같다고.
사람은 모두 가장 깊은 곳에 함께 나누며 위로 받고 싶은 상처가 있다.
발을 살며시 세상을 향해 내밀다가도 상처가 덧날까봐 금새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리고는 좀체로 입을 열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그 좁아터진 조개껍질 속에서 하얀꽃비를 맞으며 들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