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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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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BY 김정인 2005-08-09

드디어 화산이  폭발해 버렸다.

 

지갑을 안 줄려고 몸부림치는 아이와 지갑을 뺐지 못해 안달을 하는 아이는 서로 울고불며 뒤얽혔고, 그 찢어지는 울음소리는 엄마로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도리의 방어막을 찢어 놓고야 말았다.

목욕탕에 들어가 큰 아이 어깨를 흔들며 울었다.

"엄마는 화내고 싶지 않은데, 왜 나를 이렇게 만드니? 정말 참으려고 노력하는데 너희들 돌보기 정말 힘들다. 정말."

진짜 울고 싶어서 울었다.

 

정말 화내고 싶지 않은데 매번 무너져 내리는 내가 미워 울고.

미친년 널뛰듯이 뛰어대는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울고.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향해 독기를 뿜어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내가 불쌍해서 울고.

과감히 아이들을 버리고 밖으로 나가지도, 그렇다고 끌어안고 다정스레 사랑을 속삭이지도 못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못난 엄마가 한 최고의 부끄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