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아침 일찍 동네에서 알게된 동갑내기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라 바쁜 친군데 왠일인가 했더니 열무가 생겼는데 좀 줄까 한단다.친구의 남편이 지인 텃밭에서 한보따리 가져왔는데 손도 못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열무를 삶아서 새우젓에 버..
97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6,357|2021-05-31
친구의 죽음
어제 새벽에 어린시절부터 대학부까지 같은 교회에 다녔던 오랜 친구가 천국으로 갔습니다.어린시절 불우한 환경을 실력으로 극복하고 신문지상에 명성을 떨치면서 영광을 누리던 그가 불치병에 걸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이따금 친구들에게 호사스러운 밥을 사기도 했었지요. 그 상황에..
96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7,058|2021-04-26
당근마켓에 빠진 남편
남편이 당근에 빠졌다.고물 주워오는 게 취미인데 당근사이트를 알려준 게 화근이다.운동화 사는 걸 시작으로 틈만 나면 당근사이트를 본다.어느날 작은애가 입으면 좋을듯한 양복을 발견하고 사왔는데 대박났다.뭐하나 고칠것도 없이 남편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거의 새 것이나 다름..
95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6,294|2021-04-25
시금치나물
토요일 오후 저녁시간에 마트에 가니 시금치를 두단에 1500원에 팔고 있었다.시금치는 넉넉한 물에 소금 넣고 팔팔 끓인 후 불을 끄고 데치면 아삭아삭 맛있다.반찬가게 하던 시절 어떤 단골 고객은 올 때마다 시금치무침을 남은 거 다 싸달라고 했었다.시금치나물은 금방 상하..
94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5,711|2021-03-07
엄마와 세자매의 추억나들이
친정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시골 한옥에서 혼자 생활하시는 것도 불편하고병원 다니시는 것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둘째딸 집에서 사시는 중이다.코로나19 상황이라 오랜 집콕생활이 지루하셨던가 어릴 적에 살았던 집 근처들을 돌아보고 싶다셔서 가까이 사는 딸 셋이 모..
93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6,178|2021-03-04
사랑니 발치
윗쪽 사랑니 하나를 발치했다.네개의 사랑니가 잘 나와서 그간 요긴하게 썼는데 얼마 전부터 통증이 느껴졌다.언젠가 치과의사샘이 사랑니는 발치하는 게 낫다고 한말이 생각나서 치료보다는 발치를 하기로 결심하고무사히 덜아프게 뺄 수 있는 치과를 검색했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 ..
92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4,876|2021-02-23
건망증
건망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부지런히 뜨개질을 하는 중이다.지난해 사둔 털실도 다시 꺼내어 대바늘뜨개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져서 내가 나 때문에 미칠 일이 부지기수다.이제 가스불에 뭘 데울 때는 끌 때까지 지키고 있지 않으면 새카맣게 탄 냄비 복원..
91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4,970|2021-02-06
잘 살아야겠다
아이콘택트 최모씨편을 보았다.평소 그 사람이 나와서 말하는 것을 볼 때마다 호감이 가는 쪽은 아니었는데 아이콘텍트를 보니 내 편견이 무너졌다.가족에 의해 마음 한쪽이 극한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었다.'가족이 어떻게 그런 상처를 줄 수 있는가?'평범..
90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5,251|2021-02-03
행복해지기 위해서
백성호기자의 賢問愚答 글들 중에김형석교수와의 인터뷰글이 마음에 와닿았다.백세를 넘긴 연세에 비해 심신이 건강한 교수님 지론이 돋보였다.행복에 관해서절대 행복해지기 힘든 사람 두 부류가 있는데첫째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 이란다.물질적 가치가 행복을..
89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4,813|2021-02-02
인연
회갑을 넘기면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려 보았다.우렁각시처럼 예기치 않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처음 만났어도 언젠가는 만났던 적이 있었던 사람처럼 친숙한 사람아무리 예뻐하려고 해도 예뻐지지 않는 사람해꼬지하고 떠난 사람...인연이라고 다 소중하지는 ..
88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6,414|2017-06-01
83세 할머니의 한지공예수업
한달여 전부터 어떤 할머니 한분이 가게 앞을 지나실 때마다 몇십년 전에 한지공예를 하신 적이 있으신데 꼭 다시 배우고 싶다시면서 말을 붙이셨다. 그 후 사흘이 멀다하고 지나다니실 때마다 똑같은 말을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하시곤 하시는데 외우다시피한 말들을 듣는 ..
87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5,728|2013-05-22
시숙 첫 제사
어느새 시숙 일주기가 되었다. 지난주 시어머님 첫제사를 내가 장보고 마음 맞는 네째동서와 막내동서와 함께 잘 치뤘다. 그날 밤 한되 깐 것을 보면서 형님이 \"밤 비싸지?\" 난 이제 이십년을 형님과 지내다 보니 한마디만 던져도 단박에 뭔 뜻인지 안다. \"몇개..
86편|작가: 그린플라워
조회수: 6,179|201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