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노는 식구들에게 모처럼 오븐스파게티를 해줬는데 까다로운 큰애가 너무 맛있다고 한그릇 더 먹겠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내 몫을 주고 나는 점심밥을 간단히 먹고 느긋하게 '장기려 평전'을 읽고 있었다.
월패드에 방문자 알림이 뜨길래 현관문을 열었더니 경비아저씨께서 우리 층에 화재경보가 떴다고 점검 중이라신다.
며칠 전에도 다른동에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대피소동이 있었으나 불이 난 건 아니었다는데 우리 층도 그렇게 된 것이다.
현관문을 여니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오늘도 큰애는 코엑스까지 가서 사온 프라모델 조립을 하느라 방송이 나오거나말거나 꼼짝않고 하던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경비아저씨께서 온집안을 살펴보시다가 실외기실에서 원인을 발견하셨다.
며칠 전 태풍 지나간다고 실외기실 환기창을 닫아두고 며칠째 에어컨을 틀자 실외기실 온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작동한 것이었다.
일단 실외기실 환기창을 열고 화재감지기도 교체했다.
하마터면 집 태우고 스프링클러까지 작동할 뻔했다.
오늘도 건망증이 한 건 했다.
경비아저씨께 얼음 담긴 레모네이드를 한잔 드리고 몇번이고 죄송하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했지만 다시 안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