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일본여행 다녀오면서 미세한 조립이 필요한 프라모델을 사와서 조립을 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식탁 의자에 앉아 새 프라모델 조립을 하고 있었다. 네번째다.
앞으로 매달 하나씩 조립을 하겠단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직장생활 견뎌내느라 좋아하는 일을 못하고 살다가 이제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프라모델을 위한 장식장도 하나 사줘야겠다.
불필요한 등도 켜져있으면 잔소리를 하는 영감이 오늘은 거실에 에어컨도 켜라고 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직까지 아들들 방 외에는 에어컨 안 켜고 살다가 영감이 외출하자마자 거실 에어컨을 틀었다. 조립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서다.
"아들~ 오래 살다보니 아버지께서 먼저 에어컨 켜라는 말씀도 하시네."
"그러게요. 확실히 아버지께서 많이 달라지셨어요."
애들 자랄 때 지나친 긴축으로 애들에게 별로 잘해준 기억이 없다.
애들 아빠는 애들은 밥만 먹이고 학교만 보내주면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애들아빠의 부모님께서는 자식들을 초등학교만 간신히 보내주고 그 후로는 생활전선으로 내모신 분들이다.
반면에 나는 다정다감한 부모 밑에서 호사를 누리면서 살았고 부모님과의 좋은 추억거리도 많다.
내 자식도 나처럼 키우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한게 늘 마음에 걸려있던 차였다.
"아들~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가 뭔지도 모르시고 너희들을 키우셨어. 그래서 너희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조차 모르실 거야.
엄마는 좋은 부모께 사랑 듬뿍 받고 자라서 너희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는데 돈 모으느라 정신줄 놓고 사는 바람에 너희들에게 못해준 게 많아서 늘 마음에 걸렸었어. 지금부터라도 잘 지내보자."
조립하던 아들이 조립을 멈추고 눈을 감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내가 조립하는데 방해해서 화가 났나? 하고 조심스레 살피니 아들이 손으로 눈물을 닦더니 세수를 하고 왔다.
휴~ 다행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