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휴가나오는 작은 아들이 또 왔다.
와 있는 동안에는 청소를 할 수가 없으므로 대청소를 하고 기다리는데
고속버스에 지갑을 두고내렸는데 기사분께서 정비업소에 가셔서 세시간 뒤 찾아서 집에 오겠다고 한다.
다음날은 운전면허시험을 보겠다고 해서 아빠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학과공부를 한 그 애를 학과시험장에 데려다주려고 가다가 운전면허시험장에 휴대폰을 두고와서 다시 가질러 갔단다.
다행히 학과시험은 통과했다.
둘째는 해물과 버섯종류를 안 먹어서 김치제육덮밥을 해먹였다.
오늘 7시에 깨서 지인이 텃밭에서 길렀다고 준 가지 다섯개를 애호박전 부치듯 밀가루 입히고 계란물에 노릇하게 구워서 먹으라고 주니 물컹거릴 것 같다고 한개도 안 먹는다.
할수없이 남은 계란물을 붓고 그 위에 냉장고에 들어있던 밥을 얇게 펴서 노릇하게 누룽지처럼 밥전을 부쳐주었더니 그건 맛있다고 잘 먹는다.
형이 늦잠자고 일어나 가지전을 보더니 잘 먹으면서 동생더러 한개만 먹어보라고 아무리 꼬셔도 끄떡도 안한다.
다들 한고집 한다.
까다로운 큰애는 방석 속까지 빨래해달라고 내놓은 걸 모조리 빨아서 너는데 23킬로짜리 통돌이세탁기라 양말같은 빨래를 꺼내려면 까치발을 들고 집게를 사용해서야 간신히 꺼내는데 남편은 거실에 앉아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꼼짝않고 모른척 하고 있었다.
나는 왠만하면 누구보고 해달라고 하는 성격이 아니라 상대방이 알아서 도와주면 고맙고 안 도와줘도 그냥 혼자 하는 편이다.
일하는 곳에서도 그렇게 일하는데 부탁했다가 거절당하는 상처보다 힘든 게 나아서다.
빨래를 다 널고 땀난다고 했더니 남편이
"가만히 있으면 땀 안나~" 한다.
젊었을 때는 아들들한테 아빠는 전업주부같다고 할만큼 잘 도와주더니 이제 일이 하기 싫은가보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할일 제일 한가한 내가 당분간 독박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