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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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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께 전달한 백만원


BY 그린플라워 2023-09-21

병원에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외가쪽 칠촌아저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몇달 전 모친상을 당한 아저씨께 우리 오남매가 모두 부조를 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고 오랜 세월동안 우리들과의 인연을 추억하면서 친정엄마께
명절이라 감사의 마음을 전하겠다면서 아무 계좌나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엄마나 우리가 너무 보고싶지만 부산에서 하는 사업이 너무 바빠서 자녀 혼사 치를 때와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잠깐 본 게 다라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므로 마음만이라도 전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나보다 두살 많은 먼 외가친척이지만 우리와의 인연은 많은 추억거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겨울 그 아저씨는 서울에서 입시를 치르기 위해 엄마가 시집 온 후로 본 적도 거의없는데 아는 사람이라고는 엄마밖에 없으므로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아저씨 누나와 함께 한밤중에 우리집으로 왔다.
내 첫인상은 까무잡잡하고 어수룩한 촌사람들이구나~ 였다.
우리집에서 자고 무사히 입시를 치르고 돌아간 아저씨는 전액장학금으로 합격해서 기숙사도 무료로 특혜를 받고 학교생활을 했으나 너무나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주말에 대구까지 오고갈 차비도 없어서 이따금 주말이면 우리집에 와서 남동생 방에서 자고가곤 했다.
학교 축제 때도 우리집 식구들이 친지로 참여했고 내가 대학생이 된 후로는 축제 때 파트너로 참여하기도 해서 사귀는 사이로 오해받기도 했다.
아저씨는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유학까지 다녀와서 승승장구 잘 나가고 야무진 배우자 만나서 같이 사업도 잘하고 있는 중이다.
대쪽같은 친정엄마께 물어보고 통장번호 알려줄 수도 없고 하도 간곡하게 청하길래 내 통장번호를 알려줬다.
통장을 확인해 보니 백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나는 너무 과하게 보냈다고 문자했더니 친정엄마는 오늘날 아저씨가 성공해서 살 수 있게된 버팀목이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통장번호를 왜 알려줬냐?
알려주더라도 엄마통장번호를 알려주지 배달사고나면 어쩌려고 오해사게 언니번호를 알려줬냐고 난리다.
"아저씨가 우리들 성격 모르냐? 배달사고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인터넷통장 내역 캡처해서 동생한테 보내고 엄마통장으로 바로 송금했다. 메모에는 아저씨 이름으로.
엄마와 아저씨는 통화 중에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옛 추억을 곱씹으셨단다.
아저씨는 거의 본 적 없는 육촌누나네 집에 신세지러 오면서 불안한 마음이 컸었는데 한밤중에 도착한(아마 제일 싼 비둘기호를 타고 왔었나보다.) 자신들에게 갓지은 하얀 쌀밥에 정성껏 마련한 찌개와 반찬을 한상 차려주는데 그 때 싸먹던 직접 기름발라 구운 김맛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고 했단다.
친정엄마는 우리 오남매가 살아온 버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