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의 書
그대, 하냥 가을입니다. 창밖에 내리는 비는 소리도 없는데 흔들리는 가지만이 간간이 물방울을 털어내는 밤이여요. 이런 날 밤을 달리는 아주 느린 완행열차를 타고 소박한 이름의 어느 작은 간이역에 내리면 우두커니 정물인 듯 서서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누군..
98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57|2006-06-19
바람속으로 들다
오늘 아침은 바람 속으로 드는 일이 급선무였다. 떠밀리지 않기 위해선 내가 떠밀어내야 하는 냉혹한 사회의 구조처럼 처음에는 다분히 계산적인 출발이었다고나 할까. 가끔은 그렇기도 하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나를 밀어 넣는 것, 철저하게 나를 방기하는..
97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351|2006-06-19
비명
잠시 핸펀을 두고 볼일을 보고 들어왔더니 그새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들어와 있다. 그것도 똑같은 번호로.. 모르는 번호다. 단지 지역번호로 봐서 서울이라는 것 밖에는.. 어쩔까. 용건이 뭔지 확인을 해봐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
96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64|2006-06-02
선물
지금껏 이런저런 명분으로 선물이란 걸 참 많이도 주고 받았다. 달력에 동그랗게 표시되어 있는 날짜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달의 가정경제가 휘청거리기도, 여유를 만지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주고받는 마음일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마음보다는 보여지는 돈의..
95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68|2006-05-12
\'끈\'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바빠졌다. \'얼른 가다가지쳐있을 비둘기를 응원해줘야지..\' 내 테두리 안에서 내가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자리에 대한 미안함이 어쩌다 내 시야에 들어온 비둘기 가족에게더하여 실렸는지도 모르겠다. 허둥허둥 빨라지는 발걸음 저만치..
94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328|2006-05-11
한계
어제늦은 오후의 퇴근길. 흐린 하늘이 잔뜩 내려앉아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머리를 적시겠다 싶어 마음이 조급한데 마악 육교를 두계단씩 뛰어 올라가다 말고 어깨에서 흘러내린 가방을 추스리다 흘깃 돌린 시선안으로 가슴을 실키며 와 박히던 광경 부산진역을 향..
93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380|2006-05-10
딸애가 차려준 밥상은
새벽 6시.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요즘들어 우리 부부의 잠자리에 끼어 든 아들녀석이 자꾸만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밤새 잠을 설치다 새벽녘에야 깊은 잠에 빠졌더니 일어나기가 몹시 힘들다. 새로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니 내 신상의 피로함 따위야..
92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387|2006-05-08
\'아름다움\'에 대하여
출근길. 부산진 세무서 앞을매일 지나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에 들어오는 광경들이 있다.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수정재래시장이 장날을 제외한 날에는 천막을 이불삼아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는 모습이나, 바로 옆 수정초등학교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풍선처..
91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63|2006-04-21
\'아름다움\'에 대하여
출근길. 부산진 세무서 앞을매일 지나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에 들어오는 광경들이 있다.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수정재래시장이 장날을 제외한 날에는 천막을 이불삼아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는 모습이나, 바로 옆 수정초등학교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풍선처..
90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92|2006-04-21
우선이어야 하는 것
한 여자이기에 앞서 한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책임 진 자리, \'엄마\'라는 이름. 난 과연 어디쯤에 발 딛고 선 사람일까 오늘 터무니없는 내 자신을 망연히 들여다 본다 내 감정에 빠져 아이 학교에 참관수업을 빼먹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겉으론 ..
89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34|2006-03-15
사람, 그 인연에 대하여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런 저런 끈으로 연결되는 인연의 고리.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도 점점 눈에 뛰어드는 인연이 있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마음속에 불길처럼 들어앉는 인연이 있다. 사람의 성격따라 그 등급을 매겨놓고 수치 계산하듯 대차대..
88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68|2006-03-15
시대의 명암
매년 신학기가 되면학생증 발급을 위한증명사진 촬영을 위해 사진관 앞은 문전성시가 되고 입학식 이후 일주일정도는 밥때가 되어도 배고픈지도 모르고 손님을 받던 때가 있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그랬다. 고화질의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이즘에는 대부분 집에서..
87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44|200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