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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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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BY 최지인 2006-06-02

잠시 핸펀을 두고 볼일을 보고 들어왔더니

그새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들어와 있다.

그것도 똑같은 번호로..

모르는 번호다.

단지 지역번호로 봐서 서울이라는 것 밖에는..

 

어쩔까.

용건이 뭔지 확인을 해봐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들어온다.

 

아~~! <월간문학> 편집국이다.

이번에 신인상으로 당선이 되었단다.

이를 어쩌나..^^*

 

이미 지난 달에 <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을 한 터인데..

 

내 글의 타당성을 저울질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쓴 글이 과연 어떻게 이해되는지 알고 싶었다.

하여 인지도가 높은 몇 개의 시전문 잡지에 올 3월초

지금껏 해왔던 작업을 고루 안배해 응모했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를 여러 곳으로 분산해놓고

우체국을 돌아서며 느꼈던 그 허탈함이라니.

 

화살은 시위에서 떠났으니

이젠 마음을 텅 비우자고 그리도 작정했건만

하루하루 긴장을 딛던 불안한 시간들..

 

복이 많은 사람이었나

행운이 항상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나

나는 미처 겸손을 챙기기도 전에

경황없이 '어설픈 작가'에로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시문학> 5월호 신인상 당선이란 타이틀로.

 

그런데 등단을 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월간문학>에서도 연락이 온 것이다.

기억을 더듬으니 그 쪽엔 18편 여를 응모했지 싶다.

 

사실, 시문학도 권위있지만

월간문학의 규모와 인지도도 참으로..!

 

어쩌겠는가.

분야가 틀리면 몰라도 같은 부문에서는

이미 등단을 했으면 당선은 자동취소라는데..

 

담담하자 하면서도 속이 아리다.

어쩌면 더 좋은 기회이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사람을 자꾸 갉작거린다.

못난 집착이다.

 

감사하다고

가을 쯤 수필로 다시 도전하겠다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핸펀 폴더를 닫는 내 손이 자꾸 머뭇거린다.

속에서 요동치는 알 수 없는 물결, 뭔가..

숨기려고 해도 자꼬  비명이 터진다.

남이 들으면

"거, 싱거운 사람봤나..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이구만.."

하고 일축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