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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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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의 書


BY 최지인 2006-06-19

그대, 하냥 가을입니다.

창밖에 내리는 비는 소리도 없는데

흔들리는 가지만이 간간이 물방울을 털어내는 밤이여요.

 

이런 날

밤을 달리는 아주 느린 완행열차를 타고

소박한 이름의 어느 작은 간이역에 내리면

우두커니 정물인 듯 서서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은데..

 

그리움이 깊어 사레가 들어도

내 가슴 속 너무 먼 그 곳에선 들릴 리 만무하려나요.

 

자야지

이젠 자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마음이 종알거리는 이유..내 분별이 중심을 잃었다해도

비껴 가긴 싫은 마음..후^^

 

새벽을 여는 우유 배달 아줌마의 발자국 소리가

벌써 계단을 오르내르며 아침을 흔들고 있네요.


어라, 옅고도 옅은

비만 오나 했는데 어느새

바람까지 불어와

저러다 서둘러 낙엽까지 다 떨어질까 조마조마합니다.

 

바람에 묻어 오는 습기마저

온통 가을을 관통하는 언어들로 꽉 차 있는 걸 보니

어쩔 수 없이 또 한번의 이별연습에 들어가야 할 듯합니다.

사람이든

계절이든

맞이하고 보내는 일련의 과정은 늘 어려운 숙제같습니다.

이젠 좀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스러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점점 더 단정해지는 것들이 조금씩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소담한 하루를 담아내기 위해 이제 그만 마음을 헹궈야겠어요

그리고..오늘 낮에라도 비가 그치면 금정산에 올라야겠습니다.

알맞게 젖어 폭신폭신해진 산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가을은 깊어 단풍은 절정의 음을 조율할 테고

길섶에 피어있는 작은 풀꽃 한 송이의 애잔함마저도

절로 뼛속을 투명하게 닦아주겠지요.


가만, 그러고 보니 저도

이젠 뒤돌아 볼 나이에 발을 담그고 있는가 봅니다.

아마도 뒷 능선 어디쯤 발길 멈추고

저번 주 보다 훨씬 머리숱이 적어진 갈대 숲을 보면서

조금씩 감성을 절단시키기 위한 연습을 해야겠지요.

자꾸 덧옷을 껴입는 그리움에 면목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