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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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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명암


BY 최지인 2006-03-07

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생증 발급을 위한 증명사진 촬영을 위해

사진관 앞은 문전성시가 되고

입학식 이후 일주일 정도는 밥때가 되어도

배고픈지도 모르고 손님을 받던 때가 있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그랬다.

 

고화질의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이즘에는 대부분 집에서 컴퓨터로 스스로 해결하다 보니

사진관은 단 하루쯤 반짝 손님이 들고는

매양 시간만 헤아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따금씩 찾아오는 손님에 대한 예의가 있어

휴일에도 문을 닫지 못하는 남편을 따라 사진관엘 갔다.

고입, 중입의 딸애와 아들을 데리고.

 

그래도 아직은 인물 사진은 사진관이라며

싫다는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 오다시피 하는 부모님들에 의해

입을 삐죽이며 따라왔다가도 금새 현상되어 나오는 사진을 보고

생각보다 잘 나왔다며 얼굴 표정이 환해져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고마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음 한쪽은 씁쓸하다.

 

그래도 파리만 날리던 사진관에

모처럼 각기 다른 향기를 가진 사람냄새가 펄럭거리니

비로소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딸애와 아들아이를 앉혀두고

이런 포즈를 취해라 저런 미소를 지어봐라

어깨를 좀더 의젓하게 펴라 입술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주문이 끝이 없다.

 

오랜만에 모델이 된 아이 둘은

속마음이야 어떻든지 아빠의 주문에

이의를 달지않고 열심히 포즈를 취한다.

 

필름 1통을 두 아이에게 다 풀고

남편은 흐뭇한 표정으로 필름을 재장전한다.

그 동안 저 양반이 침묵만 찍어댔던 한풀이를 하는구나 싶어

가슴이 시큰하다.

 

시대의 양상에 따라 명암은 분명히 있다.

특히 직업의 선택은 하루가 다르게 그 판도가 바뀐다.

한 업종이 전망있다고 심사숙고해서 준비하는 과정에  

이미 새로 자리를 꿰차는 업종이 당신 이미 늦었소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명암이 바뀌어 늘 긴장의 끈을 쥐고 살아야 한다.

 

그 명암의 자리를 잘 살펴서

밝은 쪽만 딛기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누군들 어둑한 길을 가고 싶겠는가.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환경이나 조건이 원망스럽고 야속하지만

선택의 경계에서 초조한 마음 다스리며

다시 빛을 향한 소망들은 누구나 똑같이 간절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