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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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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BY 최지인 2006-05-11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바빠졌다.

'얼른 가다가 지쳐있을 비둘기를 응원해줘야지..'

내 테두리 안에서 내가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자리에 대한 미안함이

어쩌다 내 시야에 들어온 비둘기 가족에게 더하여 실렸는지도 모르겠다.

 

허둥허둥 빨라지는 발걸음

저만치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이 보이자

0.5를 밑도는 시력이 1.5의 힘을 발휘한다.

 

뭔가 모를 철렁함.

없다...비둘기 부부가.

오돌오돌 떨고 있는 새알 2개만  덩그마니 놓여있다.

출근하면서 가슴에 채웠던 감동이 일제히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허탈하다.

마지막 자신을 품어주고 간 어미의 체온을

안간힘을 다하여 잡고 있는 듯한 저 처연함.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다가

옆 건물 옥상에서 걱정스럽게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비둘기들을 발견했다

꽤 여러마리다. 그 중에서 두 마리가 유독 눈에 띈다.

뭐라고 뭐라고 막 울다가 지붕을 종종거리고 다니는 폼이 불안해보인다.

걱정을 실어서 같이 지켜보고 있는 비둘기들이

위로를 하는가, 부부 사이를 뱅뱅 돈다.

 

금방이라도 건물 철거에 들어갈 것 같은 위험의 감지가

지금껏 버티고 있던 한계를 넘어 어쩔 수 없이 차선을 택하게 했던 걸까.

애끓는 마음은 고대로 두고 몸만 건너가서 동동거리는 피울음으로 연결하는

저 생명선에 대한 질긴 끈.

 

똑같은 체온으로 품어주어야 부화할텐데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버린 것 같아 마음이 다급해진다.

어디가서 잠시 저녁 허기를 달랜걸까, 마침 인부아저씨들이 온다.

으잉? 어제 본 아저씨들이 아니다.

빨간 조끼를 입고 뒤돌아서 작업 지시를 하려는 사람을 무조건 불렀다.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옆 건물을 손으로 가리키자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

그가 선하게 웃으며 잠깐 머리를 긁적인다.

나름대로의 감정표현이리라.

꼭이요. 꼭.

생전 처음보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힘주어 도장을 찍었다.

 

알이 들어있는 둥지를 통째로 들어서

옆 건물 옥상으로 옮겨준다고 하셨는데..걱정스럽다.

일단은 내 눈도장의 위력?을 믿어야지..

 

비둘기 가족이 언제 끊어질 지 모를 생명선을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듯이

그 아저씨에게 내가 건넸던 사람으로서 믿음의 끈도 꿋꿋하게 지켜져

종내엔 머잖아 비둘기 부부가

새끼에게 비행연습을 시키느라 떠들썩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