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각시한테 가거라
아침 산에 올라가는 중이었다. 숲속에서 나왔는지 아주 예쁜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내게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내 주위를 날고 있어 그 모양이 예뻐서 나비 따라 계속 보고 있었다. 그 때에 위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가까이 오시니까 나비가 할머니를 따라 가려는 듯 ..
86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834|2007-07-20
한 뿌리 안에 옆 지기
한 뿌리 안에 버젓이 옆 지기로 살아가는 소나무와 벚나무. 그리 다정할까. 소나무 허리를감싸 안고 사는벚나무 벚나무 가지를품에 안은 소나무 그렇게 인연의 고리를 묶고. 올려다 보고 내려다 보고 비록 서로의 양분을 나눌지라도 ..
85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685|2007-07-20
나팔꽃 둥지
세 잎 크로버가 오붓이 이슬을 반짝이며 생긋 거리기에 늘 그래왔듯이 미소로 지나려는데 보랏빛 꽃 한 송이 피었다. 나팔꽃이다. 어쩌다 홀로 거기에 자리 하였나. 행복을 나누는 세 잎의 크로버가 가엾은 나팔꽃 둥지 되었구나. ..
84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41|2007-07-20
초대 할 수 없는 미래
공돈, 수고하지 않았는데 생기는 돈. 혼자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허락된 돈. 우리 주부들에게는 참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침에 남편이 봉투를 주고 출근을 하였다. 장미 한 송이 살 걸 깜빡 잊었다며 미안해하면서. 나는 한껏 애교를 섞어서 \"고마워요..
83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02|2007-07-20
밥 바구니와 애기 열무김치
40여년 전인 것 같다. 초등 저학년 시절 그 무더웠던 여름날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아스팔트길이었다. 지독하게 내려 붓는 여름 태양열에 아스팔트길은 푹푹 삶아진 듯 열을 내 뿜었다. 그 위를 걸어가는 내 운동화도 열을..
82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2,168|2007-07-20
초등 2학년의 사랑 고백
초등 2학년의 남자 아이들 두 명이 내게 물었다. 다른 반에 좋아하는 여자 친구 한명이 있는데 어떻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단짝인 두 명이 하필 한명의 여자 친구를 좋아 한다는 말이었다. 둘이 다 너무 착하고 귀여운 얘들..
81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616|2007-07-20
우연히 같은 생각을
아침을 일찍 먹고 집 앞산을 올라가는 도중이었다. 길 옆 밭에서 연로하신 할머님한 분이 걸어 나오셨다. 허리가 반이 굽어져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내 앞을 걸어가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 \'고생이 많으셨구나. 허리가 저리 굽어지도록 ..
80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612|2007-07-20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4일 목요일이었다. 수원에는 빠른 열차가 없었다. 그래서 무궁화로 다섯 시간을 타고 가는데 무척 지루하였지만 즐거워하려 노력하였다. 남편과 이어폰 한 짝 씩을 나누어 귀에 꽂고 mp3에 담아간 음악을 같이 들었다. 오랜만에 일과 집과 모든 잡념을 잊어버리고..
79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89|2007-07-20
어머님의 유일한 말벗이신데
지난 금요일 밤 늦게까지 고추장게장을 만들고 밑반찬 두어가지 만드는데 천둥소리 요란하고 번갯불이 번쩍였다. 너무 무서워 치우고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다음 날 새벽 5시부터일어나 몇 가지 반찬을 만드는데 일주일 전부터 오른손목이 시큰거리고 주방일 하기 불편했..
78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865|2007-05-08
미리 받은 생일 선물
\"나 생일 선물 자전거로 사주라. 그러려면 지금부터 너 돈모아야 겠다. \" \"예? 하하하 엄마는 아직 생신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요.\" \"그래, 그래서 생각해 보니까 자전거가 필요한데, 값이 비싸니까 두 달 간 아빠랑 호야랑셋이 용돈 모아라고 미리서 말..
77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18|2007-05-04
제 이름 찾는 이들
풀 잎 하나 이름 없는 꽃들에도 머물러 주는 삶이 있다. 색이 다르고 생김이 다르지만 저마다 꿈을 기른다. 반기지 않아도 와서는 제 할 일마치고 가는 세월에 다 주고 흔적만이남았다. 삶이 있었다. 꿈이 자랐다. ..
76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28|2007-05-04
안 보았을 뿐
생각없이 단순하게 햇빛만 가렸는데 긴 세월을 우린 못 보고 살았다. 이제야 창문의 썬팅지를 제거하였더니 다 보인다. 건너편동산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눈처럼 화려하게 날리는데 그 모습 보려고 이른 봄을 멀리서 헤메였던 빈 날들이 ..
75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664|200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