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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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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유일한 말벗이신데


BY 자화상 2007-05-08

 

지난 금요일 밤 늦게까지 고추장게장을 만들고 밑반찬 두어가지

만드는데 천둥소리 요란하고 번갯불이 번쩍였다.

너무 무서워 치우고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다음 날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몇 가지 반찬을 만드는데 

일주일 전부터 오른 손목이 시큰거리고 주방일 하기 불편했던 터라

일이 더뎌서 총 여덟 가지 반찬 만드는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

 

서둘러 남편과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님께 달려갔다.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요란했던 밤이 아침이 되면서 맑게 개어서

차창으로 스며오는 바람이 상쾌하여 우린 기분이 아주 최상이었다.

 

어머님은 만들어 간 반찬들을 보시고 또 두어가지 

덜어서 회관으로 가져가시겠다고 하셨다.

그저 돈 적게 들고 순 시골밥상 반찬 식으로 만들어 간 반찬이었다. 

그래서 내 놓고 자랑할 정도는 아니라 부담도 되고 

불편한 손 때문에 더 잘해 오지 못해 죄송하기만 하였다.  

 

마침 서울에서 사는 시동생 가족과 시누이가 내려왔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원래 내가 바둑만 두느라 음식 솜씨 없는 줄 알고 있던 시동생이

웃으며 반찬을 마트에서 사왔느냐고 물었다.

그 의미는 내게 잘 만들어왔다고 칭찬해주는 뜻이

들어있는 걸 느끼며 그냥 웃었다.

가족들이 모두 수고했다고 치사를 해 주어 조금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다 같이 점심을 들고 이웃에 살고 계시는 친척 아짐의 병문안을 갔다.

한 달 전에 뵈었을 때는 머리칼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칼이 다 없어져

모자를 쓰고 계셨다.

우리 어머님보다 한 살 적으셔서 두 분 촌수로 형님 동생이지만,

친구처럼 긴 세월을 나누며 사셨다.

그런데 아짐이 갑자기 두어 달 전부터 병을 앓고 계시니

마음이 애잔하여 뭐라고 위로의 말씀도 드릴 수가 없었다.

방을 나오는데 아짐의 두 눈이 빨개지시는 걸 보고

가벼이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다가가 두 손을 잡아 드렸다.

힘내시라고 그래서 얼른 나으셔서 저와 또 막걸리

한잔 하시자고 하며 웃게 하여 드렸지만,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

우린 자주 막걸리를 같이 마시는 친한 사이였다.

 

3년 전 혼자되신 어머님의 유일한 말벗이신데, 

저리 누워 계시니 어머님도 기운 없어 보이셔서 많이 걱정이 된다.

이렇게 반찬을 만들어 가면 오셔서 같이 드시고

치사도 해주셨는데...

어서 나으셔서 두 분 도란도란 세월 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뭔가 허전 하신 듯 자꾸만  뭐를 찾으시는 어머님께

곧 또 찾아뵙겠다고 인사드리고 오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어머님만은 제발 남은 생을 건강히 오래 살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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