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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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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받은 생일 선물


BY 자화상 2007-05-04

 

"나 생일 선물 자전거로 사주라. 그러려면 지금부터 너 돈모아야 겠다. "

"예? 하하하 엄마는 아직 생신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요."

"그래, 그래서 생각해 보니까 자전거가 필요한데, 값이 비싸니까 두 달 간

아빠랑 호야랑 셋이 용돈 모아라고 미리서 말 해 주는 거야. "

"아빠, 엄마가 생신 선물로 자전거 사달라고 하시네요."

"자전거 살려면 지금 사야것다. 날씨가 좋을 때 운동 삼아 많이 타야지."

역시 남편은 내편이었다.

아빠가 찬성을 하시자 딸은 그럼 두 달 후에 생일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사주어도 괜찮겠느냐고 다짐하여 아마 그럴 거라고 했다.

 

마침 한 달 반 만에 집에 온 고 3 아들이 하는 말

"아, 인터넷을 바꾸시던지 신문을 바꾸시면 공짜로 얻으실 텐데 뭐하러

돈주고 사요?" 하기에

"지금은 그런 거주면 안 되게 되어서 공짜가 없어졌거든."

그랬더니 딸이 웃으며 궁시랑 거렸다.

지난달 모임에서 단단히 뭔가 느끼셨나보다고. 

 

그랬다. 지난 달 친구들 모임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 

자식들에게 꼭 엄마의 생일을 챙기도록 해놓아야 늙어서

외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생일 두 달전부터 자기 생일이 언제라고 알리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그 때는 너무했다고 웃었는데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나도 매년마다 생일 선물을 사양하고 기어이 원하는 걸 말하라 하면

저렴한 걸 형식적으로 사 달라고 했었다.

 

그랬는데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한 쪽에 어린이날을 겨냥 해

전시 해 놓은 자전거들이 확 눈에 들어왔었다.

나는 어린이처럼 여성용 자전거를 타보고 시운전도 해 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빨강색 자전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두 달이나 남은 생일이 너무 멀어서 아마 운을 떼면

눈치들이 있어서 미리서 사 줄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먼저 딸의 옆구리를 쿡쿡, 그리고 남편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대어

이틀 만에 원하던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새 자전거를 보고 아들이 또 한마디 하였다.

"엄마 자전거 뒷바퀴는 내거예요."

자기는 2만원밖에 안 보탰으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었다.

아빠가 보고 있을 때 이웃 아파트와 근처 동네를 쭉 한 바퀴 돌아 와서

안전 운행? 함을 보여주고 안심하게 하였다. 

 

시장가는 길은 차가 뜸한 도로로 가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는

남편의 주의를 듣고 알았다고 해 놓고는

나는 일부러 큰 도로의 가로수 밑을 시원하게 달렸다. 

인도를 접해 상가가 밀집되어 있고 시청 방송국 등이 있는데다

퇴근 시간이라 몹시 차가 붐볐다. 

 

나는 그  사이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뚫으며 지나가는데 스릴을 느꼈다. 

찬거리를 사 오는 묵직한 바구니 안에는 어느새 흘려둔 나의 젊음까지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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