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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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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같은 생각을


BY 자화상 2007-07-20

아침을 일찍 먹고 집 앞산을 올라가는 도중이었다.

길 옆 밭에서 연로하신 할머님 한 분이 걸어 나오셨다.

허리가 반이 굽어져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내 앞을 걸어가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

'고생이 많으셨구나. 허리가 저리 굽어지도록 일을 하셨구나. 이제 저 분에게 남은 건 뭘까?

병들고 지친 굽어진 허리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

그리고 언젠가 찾아 올 생의 마지막 여정.'

'나는 저런 모습으로 늙기 싫다. 내가 저렇게 허리가 굽어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그러지 않기 위해 반듯하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늙어야지.

그러려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며 할머님의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그 할머님이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셨는지 뒤를 돌아 보셨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하셨다.

"젊어서 좋겄다. 허리도 반듯하게 펴서 걸어 다닐 수 있으니......,"

나는 갑자기 뭐에 얻어맞은 듯 머리가 띵 해져왔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저 할머님이 독심술을 하셨나. 어떻게 내 생각을 알아채시고

내게 한마디로 일침을 가하셨을까?

나는 부끄러워서 빠른 걸음으로 할머님 옆을 지나 앞으로 걸어갔다.

'할머님 죄송해요. 잠시 위대하신 할머님의 일생을 내 잣대로 재려 하였습니다.

오래 건강히 사십시오.'

붙임성 없는 내 성격을 다시 한 번 탓하며 속 맘으로 이렇게 인사말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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