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단순하게
햇빛만 가렸는데
긴 세월을 우린 못 보고 살았다.
이제야
창문의 썬팅지를 제거하였더니
다 보인다.
건너편 동산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눈처럼 화려하게 날리는데
그 모습 보려고 이른 봄을
멀리서 헤메였던 빈 날들이
웃음으로 펴 날린다.
멀지만 가까이 보이는
교회의 뒷편 야산에 어느새
나무들이 울창한 폼으로 푸르게 버티어 섰다.
그 아래편에 넓다란 밭에는
벌써 바지런하신 노 부부가 씨앗을 다 뿌렸는지
밭이 곱게도 다듬어져 있다.
한쪽의 밭을 퍼렇게 차지한 풋마늘 세상이
남은 봄을 다 가져가 버린 듯 웅성 거린다.
유난히 날씨가 맑은 아침이라
저 멀리 유달산의 정상 바위도 선명하다.
어쩌다 밖에서 유달산 야경을 볼때면
그리 반갑드만,
이리 매일 볼 수 있었던 걸 몰랐다니.
햇빛이 싫어서
가렸던 창에
봄이 몇 번을 부딪고 갔을 걸
썬팅지 하나 바르고
우린 계절을 잊었었다.
안 보았을 뿐
철따라 그들은 거기 있었는 것을.
*** 위의 시를 아래의 내용으로 수정을 해 보았다.
좀 더 마음에 든다. 2007.5.2.
생각없이 단순하게
햇빛만 가렸는데
긴 세월을 우린 못 보고 살았다.
이제야
창문의 썬팅지를 벗겨내었더니
다 보인다.
건너편 동산에 벚꽃이 저리 흐드러지게 피어서
꽃눈으로 화려한 안무를 펼치는데
저 모습 그리워서 이른 봄날 쪼개어
멀리까지 헤메이고 다녔었지.
마음이 비껴
잊었던 야산도 눈앞에 있어
새삼 바라보니 울창한 숲이 되었구나.
그 품안에 든 자그마한 교회에서
행복을 나누나보다.
고향의 뒷산도 저리 포근하였지.
해마다 널따란 밭을 가꾸시던 노부부가
이 봄에도 벌써 바지런하셨네.
곱게도 갈아 놓은 밭에서
싱그러운 흙냄새가 퍼져오고
남은 봄을 다 가져간 듯 퍼렇게 차지한 풋마늘 밭
상추밭에 마저 햇살이 반짝거린다.
유난히 맑은 날씨의 아침이라
저 멀리 유달산의 정상 바위도 선명하네.
어쩌다 밖에서 유달산 야경을 볼 때면
그리 반갑드만,
이젠 때 없이 볼 수 있어 좋구나.
햇빛이 싫어서
창을 가리고부터
봄은 몇 번이나 부딪고 갔을 걸.
값싼 썬팅지 하나 바르고
우린 계절의 부분들을 잊고 살았다.
안 보았을 뿐,
철따라 그들은 거기 있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