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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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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았을 뿐


BY 자화상 2007-04-23

 

생각없이 단순하게

햇빛만 가렸는데

긴 세월을 우린 못 보고 살았다.

이제야

창문의 썬팅지를 제거하였더니

다 보인다.

 

건너편 동산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눈처럼 화려하게 날리는데

그 모습 보려고 이른 봄을

멀리서 헤메였던 빈 날들이 

웃음으로 펴 날린다.  

 

멀지만 가까이 보이는

교회의 뒷편 야산에 어느새

나무들이 울창한 폼으로 푸르게 버티어 섰다.

 

그 아래편에 넓다란 밭에는

벌써 바지런하신 노 부부가 씨앗을 다 뿌렸는지

밭이 곱게도 다듬어져 있다.  

한쪽의 밭을 퍼렇게 차지한 풋마늘 세상이 

남은 봄을 다 가져가 버린 듯 웅성 거린다.  

 

유난히 날씨가 맑은 아침이라

저 멀리 유달산의 정상 바위도 선명하다.  

어쩌다 밖에서 유달산 야경을 볼때면

그리 반갑드만,

이리 매일 볼 수 있었던 걸 몰랐다니.

     

햇빛이 싫어서

가렸던 창에

봄이 몇 번을 부딪고 갔을 걸

썬팅지 하나 바르고

우린 계절을 잊었었다.

안 보았을 뿐

철따라 그들은 거기 있었는 것을.

 

 

*** 위의 시를 아래의 내용으로 수정을 해 보았다.

좀 더 마음에 든다. 2007.5.2.

 

생각없이 단순하게


햇빛만 가렸는데


긴 세월을 우린 못 보고 살았다.


이제야


창문의 썬팅지를 벗겨내었더니


다 보인다.



건너편 동산에 벚꽃이 저리 흐드러지게 피어서   


꽃눈으로 화려한 안무를 펼치는데  


저 모습 그리워서 이른 봄날 쪼개어 


멀리까지 헤메이고 다녔었지.     


 


마음이 비껴


잊었던 야산도 눈앞에 있어      


새삼 바라보니 울창한 숲이 되었구나.     


그 품안에 든 자그마한 교회에서


행복을 나누나보다.      


고향의 뒷산도 저리 포근하였지.        



해마다 널따란 밭을  가꾸시던 노부부가


이 봄에도 벌써 바지런하셨네.


곱게도 갈아 놓은 밭에서


싱그러운 흙냄새가 퍼져오고    


남은 봄을 다 가져간 듯 퍼렇게 차지한 풋마늘 밭  


상추밭에 마저 햇살이 반짝거린다.      




유난히 맑은 날씨의 아침이라


저 멀리 유달산의 정상 바위도 선명하네.  


어쩌다 밖에서 유달산 야경을 볼 때면


그리 반갑드만,


이젠 때 없이 볼 수 있어 좋구나. 


    


햇빛이 싫어서


창을 가리고부터 


봄은 몇 번이나 부딪고 갔을 걸.


값싼 썬팅지 하나 바르고


우린 계절의 부분들을 잊고 살았다. 


안 보았을 뿐,


철따라 그들은 거기 있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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