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이집에 이사 온지도 칠년이 넘었다 아이 학교 때문이라도 이사 하지를 않고 안정 되기를 원했다 일년 이년은 새집에 들어 와서 기분이 좋고 아이도 잘 컸 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웃도 떠나고 새로 이웃이 이사를 오고 집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파트가 갑갑해 지기..
61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915|2013-03-12
봄비
겨울에 내린 눈이 길가 모퉁이에 언덕처럼 쌓여있고 얼음처럼 단단해진 눈을 녹일비가 내린다 겨울 찬바람에 떨던 나뭇가지에 촉촉히 골고루 비가 내린다 겨울을 청소하는 깨끗한 아스팔트 위에 우산을 받쳐들고 집을 향하는 아이 머리위에도 봄을 알리는 비가 내린..
60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2,234|2010-02-10
아침
아침이 좋은 것은 창이 있기 때문입니다 창밖으로 겨울도 마다하지 않고아직도 새파란 소나무 그 옆에 난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은 투명해서 좋습니다 자동차 시동 소리가 손짓하며 나를 깨우고 눈을 부비며 창을 엽니다 그대가 길을 가기 때..
59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2,149|2009-12-10
김장
집앞 배추밭에는 밤새 바람에 떨어진 팽나무 잎새가 수북히 내려 앉아 있고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하늘 시린 얼굴을 빨갛게 때린다 올 겨울은 가뭄이 들었다고 배추밭 너머 졸졸 흐르던 샘물은 바싹 마른 낙엽처럼 말라 있고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 나르던 ..
58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600|2009-11-27
겨울입구에서
낙엽이 눈발 휘날리듯 떨어진다 나무는 자신을 가볍게 하고 마침내 앙상하게 빈가지만 남아 바람에 흔들린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것 같은 겨울 문턱에 지나가는 사람이 천연색 잎새로 나뭇가지에 걸리고 참새 포르르 앉는다
57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350|2009-11-27
어머니의 생일
아침에 베란다 앞에서 까치가 울어대는 어머니 생일날 \"엄마 오늘 생일이야! 미역국 드셨어요?\" \"오늘 내 생일이냐?\" 한낮이 되어서야 기억이 나서 전화하니 시골집 뒷밭에서 구기자를 따시다가 달려와 전화 받으신 어머니 헐떡 거리는 숨소리가 귓가..
56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529|2009-11-05
가을 아침
지리산 천왕봉에 내렸을 운무처럼 내가 사는 아파트 공원에 안개가 끼고 하늘과 땅의 중간에 서서 아직 낙엽이 되지 못한 여름을 벗지 못한 단풍 사이로 빨갛게 물들어 가는 꽉찬 감잎 하나 추락하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가을이 아니다 자신을 가볍게 하고 말리..
55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859|2009-10-27
소[5]
영이는 5학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송아지는 소가 되었고 외양간에는 새짚이 깔렸습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외양간 앞 팽나무 잎이 하나둘 떨어져 바람에 외양간으로 들어 왔습니다 아침이면 마당에 수북히 낙엽이 쌓이고 새벽이면 잠결에 아버지가 마당을 쓸으시는 소리를..
54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778|2009-10-20
소[4]
산허리를 단숨에 숨차게 올라 산 능선을 타고 정상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자주 와 보던 산이라 어둠이 짙어 오는데도 눈에 익었다 제일 높은 산 봉우리를 돌아 내려오고 핑경 소리를 찾았으나 핑경 소리는 나지 않았다 재구네 산도 지나고 영이네 산도 지나고 승이네 산도 ..
53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677|2009-10-20
소[3]
아버지가 소로 밭을 갑니다 [이랴 이랴] 유월의 한낮의 햇빛이 내리 쬐고 있고 해가 지기 전에 밭을 다 갈고 소를 데려다 주어야 합니다 영이의 꿈속에 지금 소와 아버지는 따로 입니다 아버지는 소를 재촉하고 소는 가기싫어 거친 숨을 내 뿜더니 밭에 주저 앉습니다 ..
52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727|2009-10-20
소[2]
영이는 라디오를 챙겨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솝우화라는 동화책도 챙겼습니다 앞마당 앞 팽나무에 매어져 있는 송아지를 고삐를 풀어 끌고 나가 샘터길로 향하는 밭둑에 섰습니다 [자 풀 먹어 ] 고운 풀들을 뜯는 송아지 고삐를 단단히 쥡니다 송아지가 나대면 안되니까요 송아..
51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481|2009-10-19
소[1]
영이의 집은 마을과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로 부터 밭을 지나고 밭에 묻힌 무덤을 지나고 동백나무 벗나무로 둘러쳐진 마당이 백평도 넘어 보이는 집이 있었다 앞마당에는 돼지를 치고 돼지막 옆에는 소를 키웠는데 그 소를 키우게 되는 사연이 있었다 어느날 아버..
50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664|200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