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592
김장
BY 이미래 2009-11-27
집앞 배추밭에는
밤새 바람에 떨어진 팽나무 잎새가
수북히 내려 앉아 있고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하늘
시린 얼굴을 빨갛게 때린다
올 겨울은 가뭄이 들었다고
배추밭 너머 졸졸 흐르던 샘물은
바싹 마른 낙엽처럼 말라 있고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 나르던
마을 우물 샘터에 소금에 절여진 배추가 널퍼졌다
하루해는 길고
물에 젖은 손은 하루종일 차고 시려
하느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고구마처럼 저장된 겨울이
땅속 김장독에 묻혀
어머니만큼만 겨울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