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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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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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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BY 이미래 2009-11-27

집앞 배추밭에는

밤새 바람에 떨어진 팽나무 잎새가

수북히 내려 앉아 있고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하늘

 시린 얼굴을 빨갛게 때린다

 

올 겨울은 가뭄이 들었다고

배추밭 너머 졸졸 흐르던 샘물은

바싹 마른 낙엽처럼 말라 있고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 나르던

마을 우물 샘터에 소금에 절여진 배추가 널퍼졌다

하루해는 길고

물에 젖은 손은 하루종일 차고 시려

하느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고구마처럼 저장된 겨울이

땅속 김장독에 묻혀

어머니만큼만 겨울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