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
회초리로 때려도 풀죽을 먹여도 오두막에호롱불을 켜도 어머니만 옆에 있으면.... 그곳에 가면 지금은 아무도 없고 산천도 몇 번 바꿔 생소한데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 고향. 그 고향에서 어머니랑 살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가..
40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62|2004-09-17
방랑객
골목에서 사진도 찍어주던 이따금 마주친 그 사람이 요단강을 건넜다는데 며칠 전 학교 모퉁이 뻥튀기 아저씨가 왔던지 말았던지 전깃줄에 걸쳐있던 비닐종이가 너울너울 날아가던지 말든지. ............... 인색한 공간 ..
39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20|2004-09-16
매미들의 일생
매미 고 녀석들 합창이 있는 시원스런 나무그늘 아래 삶의 행복이 나른하게 졸고 있다. 매미들 노래자랑이 열려서.... 아니면 뜨겁게 달궈진 기와지붕들을 식히느라 저리도 요란한가. 아니면 매미 녀석들은 내내 땅속에 있다가 7년 ..
38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447|2004-09-14
가을에 내린 여름비
가을에 내린 여름비 저만큼 보이던 가을이 대문을 열고 현관까지 왔으려나. 아직도 마당 가운데 서성인 여름비가 무거운 몸으로는 못가겠다고 추석이 오기 전에 다 내려놓고 가겠다고 있는 데로 쏟아놓듯 성묫길 고속도로의 대낮..
37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53|2004-09-14
인간의 본능
아침에 꽈리 고추를 볶으면서 빈속에 맛을 보았다. 약간 매운 듯한 맛을 느꼈을 때 순간 빙그르 세상이 돌더니만 입안에서 신 침이 나온다. 정신이 놓여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을 붙잡으려하나 땅속 깊이 자꾸 빠져들어간다. ..
36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309|2004-09-09
백치로 살거다.
누런 벌판에 나는 고추잠자리도 조는 황혼에 귀밑 서릿발이 웅크리며 자식의 끈을 당기고 있다. 세월의 비밀을 귀띔해준다고. 저만치 양지바른 산중턱을 보며 “저기가 내 집이려니...” 수고의 자랑이 새긴 피부의 각질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바빠..
35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59|2004-09-08
통곡
통곡 둘러앉은 식탁의빈자리 하나에 幻影이 하얗게 서리다가 자기자리가 아니라고 떠나려한다 붙잡는 손 살그미 밀어내고 차디찬 날갯짓으로 가까운듯하나 먼 지난 날 깨워 간신히 숨겨놓은 땜을 건드리니 둑이 무너지며 쏟아지는 굉음은 ..
34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627|2004-09-07
그리움을 껴안고
그리움을 껴안고 ***** 어젯밤 꿈에는 명절에만 입었던 쪽빛보다 진한 한복속의 환한 임을 뵈오니 암행어사 금의환향 하신 것 같았어요. 획 스쳐간 모습일지라도. 그길 오시기가 그렇게 힘이 들든가요? 꿈에서 깨어 눈동자에 박혀있을 임을 보..
33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37|2004-09-07
넝쿨
넝쿨 ********* 옥상위의 콩 넝쿨이 사랑을 끝낼래야 끝낼 수 없어. 목마를 땐 힘없다 엉키고 단비엔 우산 되어준다고 엉키고 뙤약볕의 춤사위엔 그늘 되어 준다고 엉키고 이리저리 핑계대면서 엉킬 수 있는 짝이 있어 ..
32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313|2004-09-06
추억
추억 *********** 왔던 길 되돌아보니 분명히 똑바르게 왔는데 S자가 현란하다. 황톳길 가는 길목에 조각난 아스팔트길 모퉁이에서 낯선 바람이 연탄가스로 목을 죄이며 명예를 죽이고 멍에를 씌운 것도 보이고. 앞가슴에 ..
31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12|2004-09-06
애마 (愛馬)
소형차 빨간 아토스가 주인이 탈 때마다 “에이...좁아.”하며 작고 빨갛다고 꽤나 무시당했는데 아프리카로 시집을 갔다. 아토스와 엮은 5년 동안 무사고로 편안하게 주인을 잘 섬겼던 낭자이었는데 아프리카 신랑그늘 되어주려고 새카만 신랑..
30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50|2004-09-03
바보의 변명
건강원에서 ********** 불신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는 미완성인 인생을 그대로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어떤 종교를 갖든 종교인이라면 한 가닥의 양심선언을 듣기에 비 신앙인보다는 낫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그것조차도 거부당하..
29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444|200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