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내린 여름비
저만큼 보이던 가을이 대문을 열고
현관까지 왔으려나.
아직도 마당 가운데 서성인 여름비가
무거운 몸으로는 못가겠다고
추석이 오기 전에
다 내려놓고 가겠다고
있는 데로 쏟아놓듯
성묫길
고속도로의 대낮은
올 여름 마지막일 것 같은
쏟아지는 비에
아스팔트위에 물보라는
막 피어오른 풋내 나는 솜털구름을 깔았고
달리는 방역차가 소독가스를 뿜듯
희뿌연 그림이 눈앞을 가린다.
정이 있는 쉼터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의 한밤은
올 여름 마지막일 것 같은
쏟아지는 비에
하얀 물줄기와 빨강 물줄기가
선명하니
고속강위에서 넋을 잡아야겠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
자석에 잡힌 듯
그 자리에서만 맴도는 밤에
가을에 내린 여름비를 맞으러
창문을 내리니
소슬한 가을바람 기척에
모레까지 쏟아진다던 가을에 내린 여름비는
겸연쩍은 듯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