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껴안고 *****
어젯밤 꿈에는 명절에만 입었던 쪽빛보다 진한
한복속의 환한 임을 뵈오니
암행어사 금의환향 하신 것 같았어요.
획 스쳐간 모습일지라도.
그길 오시기가 그렇게 힘이 들든가요?
꿈에서 깨어
눈동자에 박혀있을 임을 보려고
거울을 가까이
더 가까이
얼굴을 거울에 댔지요.
정신 차리라고 한 거울의 차가움도
부질없는 욕심이라고 한
조아려드는 심장의 박동도
빛을 향한 나뭇잎을 방향을 바꾼들
일편단심이 오죽하며
뻗어나간 담쟁이를 뿌리째 뽑기 전에는
오래전부터 축적된 정은 계속 흐르지요.
임의 수고스러웠던 날들이 너무 죄스러워
형을 자청하지만
체포하러 온 이도 없고
조서 받으러 오라는 연락도 없으니
스스로 죗값을 치르오리까.
언젠가 가봤던 시골집
마당 한 귀퉁이에 깔려있는
쾌쾌한 덕석위에서
모기들의 개선가를 들으며
석고대죄를 올리면 좀은 사해지려나.
인생사 사는 방법을 몰라
함부로 설쳤던 빛바랜 날들이
쏟아지는 그리움에 하얗게 질려
눈동자를 멈추고 주저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