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50

그리움을 껴안고


BY 박엄마 2004-09-07

 

그리움을 껴안고 *****


어젯밤 꿈에는 명절에만 입었던 쪽빛보다 진한

한복속의 환한 임을 뵈오니

암행어사 금의환향 하신 것 같았어요.

획 스쳐간 모습일지라도.

그길 오시기가 그렇게 힘이 들든가요?


꿈에서 깨어

눈동자에 박혀있을 임을 보려고

거울을 가까이

더 가까이

얼굴을 거울에 댔지요.

정신 차리라고 한 거울의 차가움도

부질없는 욕심이라고 한

조아려드는 심장의 박동도

빛을 향한 나뭇잎을 방향을 바꾼들

일편단심이 오죽하며

뻗어나간 담쟁이를 뿌리째 뽑기 전에는

오래전부터 축적된 정은 계속 흐르지요.


임의 수고스러웠던 날들이 너무 죄스러워

형을 자청하지만

체포하러 온 이도 없고

조서 받으러 오라는 연락도 없으니

스스로 죗값을 치르오리까.

 

언젠가 가봤던 시골집

마당 한 귀퉁이에 깔려있는

쾌쾌한 덕석위에서

모기들의 개선가를 들으며

석고대죄를 올리면 좀은 사해지려나.

 

인생사 사는 방법을 몰라

함부로 설쳤던 빛바랜 날들이

쏟아지는 그리움에 하얗게 질려

눈동자를 멈추고 주저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