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오밤중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 황금 바다위에 그들의 뜻을 쓴다. 나라를 살리자는 건지 한사람을 살리자는 건지 애국자들의 촛불이 하나님을 혼란시킨다. 병실에서 끓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이는 어떡하라고 저들이 저렇게 하늘을 잡아 흔드..
28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194|2004-09-02
불청객
초대하지 않은 자로 인하여 명주솜처럼 포근한 시간이 슬픔을 받아 우리가 걷는 삶의 예약을 끝내야 함이 아파. 한숨 돌리고 이제는 인생의 숲에서 왕골 돗자리 펴고 한삼 모시옷에 사랑을 노래하려한 그게 무슨 시샘이라고 원하지 ..
27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160|2004-09-02
넘겨진 그림들
시끄러운 세상이 한구석에 묵혀있는 그림도구에 얹혀 화가마음처럼 굳어버렸다. 물감역시 이리저리 굴러 짜보지만 결국은 옷핀으로 주둥이를 뚫는다. 초록자연을 그릴라치면 자연 속엔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해도 화가는 어떤 그림에도 사람을 그리지 ..
26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92|2004-09-01
사노라니
사노라니 ***** 언니라고 해야 기껏 생일이 보름 빠른데 남 같으면 몰라도 친척이니까 언니라 불러야한다는 큰 엄니 말씀에 언니란 말이 왜 그리 입에 간지러웠던지. 몇 개월이 지나 간신히 ‘정님’이가 언니로 바뀌었는데 ‘정님’이 역시 귀..
25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20|2004-09-01
언덕위의 하얀 집
우린 노랫말처럼 언덕위의 하얀 집에서 꼭! 같이 살자. 작열한 태양의 갈증에는 볼 사람도 없겠다 벗어부치고 마당의 수도꼭지로 서로를 시원케 하며 은은한 달빛의 노래는 창문을 열고 같이 받아먹자. 우리 두 사람의 노후계획이 ..
24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576|2004-08-31
입원생활
멀어간 임이 떠나면서 환자 옷을 입혔습니다. 얼었던 대지가 푸른 기온으로 숨을 쉴 때에 임의 미소는 계절 밖 무한의 세계로 잠들었습니다. 다섯 개 발가락 한 쌍은 빨랫줄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날밤을 새고 있습니다. 안 오려면..
23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105|2004-08-31
꿈같은 생시
꿈같은 생시 바갈거리는 인종들 틈새에 혹이라도 눈에 익은 그 사람이 보일까봐 쉬이 찾아지지 않을 땐 리모컨을 작동해볼까. 77가지 채널 아무리 눌러대도 감감 무소식 꿈같은 생시인지 생시 같은 꿈인지 왔다갔다하다보니 ..
22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340|2004-08-29
초승의 소리
초승의 소리 누가 들을까봐 나지막이 들려줄 것 같아 이 밤에는 꼭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옥상 가는 철 계단에 걸터앉아 불 꺼진 창들의 꿈을 타고 밤하늘을 본다. 초롱이 들을 재우고 사랑에 애간장 태우다 그려진 황진이 눈썹 같..
21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347|2004-08-29
미숙아로 남겠소
바람이 포근하다했더니 봄이 로고 개나리 진달래 미소보려고 언덕을 올랐는데 더워서 물가에 가야겠다고 ..........여름이다. 올 여름은 더워서 못살겠다는 소리에 여름이한마디 하지 안했을까. "갈 때 되면 갈거니 걱정 마세요" 저만치 보이던 가을이 성..
20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405|2004-08-26
前 生
삶의 저편에 전생이 있어서 따뜻한 남쪽 도화에서 우리의 옷자락 스침이 우연이 아니었을까요? 우린 밤마다 어찌 똑같은 꿈을 꾸었었는데 생의 굽이굽이에 숨겨진 전생의 끈 때문이었을까요? 일부러 아닌 삼월에 출근 버스를 놓쳐서 ..
19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174|2004-08-25
부부
부부 남남이 만나 여보 당신하면서 자잘한 것까지 소꿉장난처럼 토닥거리며 그래도 이마를 맞대며 산다. 남편의 독선을 보며 아내의 밤낮 시끄러운 잔소리를 들으며 차라리 독신으로 사는 게 五福중의 하나라고 빈방에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
18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1,298|2004-08-25
선악과
이렇게 두 사람이 그 열매를 따먹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벌거벗은 줄을 알게 되었다.(창세기 3;7) 수족관을 예쁘게 살기 좋게 꾸며 고기를 넣으며 왕 노릇하며 살 으라. 그렇지만 진짜 왕은 나야! 잊으면 안돼! 포근하고 아늑한 햇살에 ..
17편|작가: 박엄마
조회수: 2,083|200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