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10

부부


BY 박엄마 2004-08-25

 

부부


남남이 만나

여보 당신하면서

자잘한 것까지 소꿉장난처럼 토닥거리며

그래도 이마를 맞대며 산다.


남편의 독선을 보며

아내의 밤낮 시끄러운 잔소리를  들으며


차라리 독신으로 사는 게 五福중의 하나라고

빈방에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혹이라도 이 소리를 들을까봐 조바심을 하며


손톱 발톱을 치장하고

머리는 무스를 발라 되는대로 도깨비형상을 하고

칠부바지 핫펜티 민소매

딸이 버린 배꼽티

요것저것 걸치며

변신된 모습에 몸을 흔들어본다.

기껏해야 5분 정도 됐을까.

정서가 어색해 샤워를 한다.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훔쳐 올리며

거울 속에서

젊은 날의 생기를

네잎 크로바 찾듯이 찾지만

삶의 굵은 줄기만 얼굴에 새겨있다.


남남이 만나 부부 되어

있을 그 자리에 항상 있기에

서로가 언제든 있거니

맘만 먹으면 언제든 언제까지 있거니

그렇게 미더운 사이러니 했더니


해가 저물어

한사람이 돌아갈 시간에 그냥 자연스럽게 간다.

간다는 인사 한마디 남기지 않고

 

이땅에 여행 보내준

아버지 품으로 쏘옥 들어간다.


남아있는 한사람의 몸부림

“ 왜 나만 두고 가는 거야............”에

여전히 한마디 대답도 없이 그냥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