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니 *****
언니라고 해야 기껏
생일이 보름 빠른데
남 같으면 몰라도 친척이니까 언니라 불러야한다는
큰 엄니 말씀에
언니란 말이 왜 그리 입에 간지러웠던지.
몇 개월이 지나 간신히 ‘정님’이가
언니로 바뀌었는데
‘정님’이 역시 귀가 거북해
대답을 언뜻 못하고 머뭇거렸다.
긴 담뱃대를 입에 물다가 마룻장을 탕탕 치던
큰 엄니 당신은 풍양조씨는 양반이라며
사촌간인 울 엄니 선산김씨를 꽤나 들먹거렸는데
그렇게 똑똑한 양반네 큰 엄니도
연 두부 뭉개지듯
낯선 곳으로 건너간 지 여러 해 된다.
육촌언니 ‘정님’이도
나도
금니가 필요한 밥상 앞에서
시원한 동치미국물을 후루루 둘러 마시며
지내온 날이 지낼 날보다 많음에
달궈진 프라이팬의 계란처럼
빨래판에 녹아든 비누가루처럼
그대로 풀어진다.
플라스틱솔로 박박 문질러도
‘아야’소리 한번 내지 않은
블라우스 깃과 소매 끝의 땟국 같은 그 날은
풍양 조씨네도 선산 김씨네도
다 그렇게 산 것을
정님이와 나라고 별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