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더라
서울 사는 큰 시누이가 며칠 전부터 딸아이를 소개 팅 시키려고 물밑 작업을 벌이더니 드디어 궁합보러 가자는 말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아직 나이도 그리 많지도 않지만 웬 지 딸아이를 도둑맞는 것 같아 아까워서 선뜻 허락을 하지 않았는데 고모가 중매하면 잘 산다는 속설을 ..
273편|작가: 蓮堂
조회수: 1,609|2006-07-05
많이 아는 사람이 부럽다
많이 앎과 많이 모름에는 일정한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다. 그러나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바닥이 드러나는 내 무지의 하한선은 늘 나를 초조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마늘 속껍질 같이 얇아 빠진 지식으로 글 쓴다고 깝죽거리는 게 영 못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책 보따리 ..
272편|작가: 蓮堂
조회수: 1,618|2006-06-22
나는 좀 \'야\' 해지면 ..
두 달 만에 퍼머를 했다. 별로 긴 머리가 아니어서 두 달만 되면 어김없이 웨이브가 주저앉는 직모(直毛)인 관계로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석 달 열흘 앓고 난 중병 환자 같은 부스스한 모습이어서 미련을 떨 수가 없다. 단골 미용실에서 와인색 코팅도 같이 해 달라는 주..
271편|작가: 蓮堂
조회수: 1,565|2006-06-05
아들밥의 위력
좀 오래된 드라마 \'아들과 딸\' 이 생각난다.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자세한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딸과 아들에 대한 부모의 차별 신(scene)이 리얼하게 묘사 되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화제의 드라마였다. 왜 그렇게 인기가 높았고, 무엇이 그 ..
270편|작가: 蓮堂
조회수: 1,690|2006-05-28
친정동생 그리고 시동생
한 달 이상을 구부리고 앉아서 옥스퍼드지에 한 땀 한 땀 메꾸어 나가던 십자수 ‘달마도’를 마쳤다. 처음에 시작 할 때에는 보름이면 마칠 것 같이 가소로워 보였는데 생각보다는 장난이 아니었다. 이미 몇 개를 해 본 경험이 있기에 속도가 붙을 줄 알았다. 비슷비슷한 색깔..
269편|작가: 蓮堂
조회수: 3,098|2006-05-25
사람이 살고 있는 집
3년 넘게 비어 있던 집에 지금 사람이 살고 있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일면식도 없는 젊은 내외에게 일 년 정도를 공짜로 빌려 주었었는데 집을 옳게 근사 하기는 커녕 집안 군데군데 흠집을 내었다. 그래서 약간의 세를 내라고 했더니 그게 서운했던지 그 말이 떨어..
268편|작가: 蓮堂
조회수: 1,625|2006-05-18
빈 자리
이 방이 왜 이렇게 커 보일까. 부모님이 기거 하시는 방이 예전보다 더 크고 넓어 보이는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버님이 누워 계시던 아랫목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어지럽게 깔려있던 이부자리도 간곳이 없고 목에 걸려있던 가..
267편|작가: 蓮堂
조회수: 1,477|2006-05-03
사부곡(思父曲)
나에게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사실이 아직은 마음으로도 피부로도 와 닿지 않는다. 아니 사실로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어금니 같은 자식들 남겨두고 홀로 가신다는 건 배신이라고 생각했었다. 남의 아버지는 돌아 가셔도 내 아버지는 안 그러실 줄, 못 그러실 줄로 알고 살았..
266편|작가: 蓮堂
조회수: 1,430|2006-04-19
갱년기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나름대로 ‘갱년기 증상’이라고 진단을 내리고보니 서글픈 생각이 앞선다. 절대로 부인할 수도 피해 갈 수도 없는 우리나이에 치루고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는 하지만 며칠 전부터 부쩍 심해진 불면증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남들은 수월하게 넘어 가..
265편|작가: 蓮堂
조회수: 1,757|2006-03-28
이실직고
딸애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왔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도 없이 달랑 이름석자 뿐인데 글씨가 초등학생 수준이어서 더럭 의심이 갔다. 얼마 전의 전화 건이 생각나서였다. 밤이 늦은 시간에 걸려온,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이상한 목소리가 딸아이를 찾았다. 집을..
264편|작가: 蓮堂
조회수: 1,452|2006-02-21
신분을 숨겨라
거창한 직함도 지위도 아니면서 뭇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의 중심에 서 있다보면 자기 얼굴을 가리고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딸아이가 경기도 임용고사에 다시 합격하고 대기 발령 중에 있다. 재직 중이던 학교에 사표를 재출하고 살 집을 구하려고 혹한에 부동산을 훑고 다녔다..
263편|작가: 蓮堂
조회수: 1,436|2006-02-06
이젠 말을 해도 될까
이젠 말을 해도 될까. 두 살 아래 여동생을 보면 항상 가슴이 내려앉는다. 35년 전의 그 기막힌 비밀을 꿈에도 모른 채 살아가는 여동생의 학력은 중졸이다. 그 동생은 우리 여섯 남매 중에 제일 학력이 낮다. 성격이 온순해서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소리를 ..
262편|작가: 蓮堂
조회수: 1,528|200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