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비자금
'적금'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해 전 일이다. 그만큼 살림과 생활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무늬만 주부였다. 보기에도 알뜰함이 묻어 나오는 친구가 있다. 물론 혼자 북치고 장구 쳐본들 폼이 안나게 마련이듯 그 집 남편도 저금에는 가히 놀랄만한 '꾼'으로 보일 ..
42편|작가: 다정
조회수: 1,253|2003-10-17
된장국
된장국 빛깔이 투박 한들 어떠하리 숙성의 곰팡이 향이 꽃향에 비하랴 무명의 어부는 펄떡이는 저 놈을 육자배기로 건졌으리 온 몸을 흠씬 삶아져도 그 비릿함을 잊겠냐만. 무공해 사랑으로 한낮의 볕도 옹기 속에서 시름을 잊고 물 설고 낯 설은 콘크..
41편|작가: 다정
조회수: 1,257|2003-10-14
안와도 되는데.
"어머 딸인가 봐요? " 아이와 같이 다니다 보면 꼭 그런 소릴 듣는다.그리고선 그 다음말은 안 들어도 안다. "근데 하나도 안 닮았네요" 그럼 궁색하게 "네에.울애가 시어머님을 닮았어요.." "임신하셔서 어머님을 미워하셨나 부죠 ㅎㅎㅎ" 안들어도 될 말을 ..
40편|작가: 다정
조회수: 1,331|2003-10-14
누구신지???
"언니,,살짝 웨이브도 넣구요.살살 끝만 날려주세요.." 예전에 그 누군가는 그랬었다. 스물 몇해를 지나도 분첩 한 번 바르지 않고 찬물에 대충 씻고 로션만 슬슬 바르고 다녀도 싱그러운 얼굴이 있었다. 양볼에 흩뿌려진 주근깨도 콧등을 찡긋 거리며 웃을때마다 돋..
39편|작가: 다정
조회수: 1,359|2003-10-14
살가운 내 가지
"빈궁마마가 될 것 같아,잘 될거야 그치?" 어쩜 좋으니 언니야...... 터울이 6년이나 되는 언니가 있다. 자라면서 얼마나 많이 싸웠던지.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에는 언니 갈래머리 묶어 주느라 티격거리고 대학 다닐때엔 학교 행사때마다 언니는 용케 알고 맹장..
38편|작가: 다정
조회수: 1,364|2003-10-08
얄미운 지지배
"시험도 끝났고 엄마가 그냥 한 턱 낼테니 나가자" 아침부터 미장원에서 머리를 그렇게나 자르지 말라고 했건만 기어이 자르고 온 딸 "참새 뒤통시 같네 ㅎㅎ" 그 더운 여름에는 머리카락 좀 자르라고 사정사정을 해야 가더만 이제 실실 찬바람도 불고 모양도 잡혀 가..
37편|작가: 다정
조회수: 1,303|2003-10-06
토요 휴무제
"징검다리 연휴라서 고속도로의 정체가......."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목소리는 비장함마저 든다. 징검다리는 고사하고 서너살 아이 듬성거리는 새로운 이나기 같은 휴일이 있음 뭐하냐고. 우리랑 하등 관계가 없으니 말이다. 설악의 단풍이 어떠하고 정체된 도로의..
36편|작가: 다정
조회수: 1,379|2003-10-04
같이 늘어 가는 것
팔뚝에 감기는 기온이 지난 주 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고 보니 신호등 근처에 나뭇 잎들도 그 색깔이 아니다. 미루고 미루던 옷 정리를 아니 할 수가 없을 정도인 듯 하야 오전 내내 옷들에 묻혀 지냈다. 왠 옷들은 그렇게도 많은지. 외출이라도 한 번 할라면 입을..
35편|작가: 다정
조회수: 1,275|2003-10-03
목하 고민중
닭찜을 뜨다가 국물이 내 얼굴에 튀었다 국자를 든 남편은 피식거리며 웃는데, 그냥 인상만 한번 쓰고는 모른체 해 버렸다. 여기서 그만하기도 뭣하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밥만 밀어 넣고 말았다. 아마도 남편은 '저러다 말겠지' 그런 마음 일것이다..
34편|작가: 다정
조회수: 1,310|2003-09-29
내 방 정리
이 곳에 나만의 방이 생기고 보니 여기저기 흩어 졌던 지난 날의 내 그림자들을 모으고 싶어졌다. 지난 밤 잠은 오지 않고 학원에 간 아이는 돌아 오지 않고 글 들을 모으려니 솔직히 쓰기 수준만 면한 내 컴 실력으론 황당할 뿐. 이래서 글을 쓰나 보다. 어..
33편|작가: 다정
조회수: 1,355|2003-09-28
가을 바람 탓
느긋하게 밥 숟갈을 들다가 베란다로 스며드는 볕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비가, 지겹던 비가 그쳤는지 앞동을 비스듬히 감싸안으며 낯설은 볕이 스며들고 있었다. 남편의 출근길에 살짜기 얹어져서 갈려면 서둘러야 한다. 뜬금없이 산에를 간다니 남편은 그저 못..
32편|작가: 다정
조회수: 1,270|2003-09-28
배 부르고 좋기만 하네 ,뭘
서둘러 산을 다녀온 뒤 온 집안에 널려있는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입은 그 옷 그대로 청소에다 쓰레기까지 치우고 보니 산에서 흘린 땀냄새에 훨씬 더 보탠 퀴퀴한 냄새. 훌러덩훌러덩 막, 옷을 벗으려는데 "점심 먹지 말고 나가자. 뷔페 먹으러......" 수화기..
31편|작가: 다정
조회수: 1,478|200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