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살짝 웨이브도 넣구요.살살 끝만 날려주세요.."
예전에 그 누군가는 그랬었다.
스물 몇해를 지나도 분첩 한 번 바르지 않고
찬물에 대충 씻고 로션만 슬슬 바르고 다녀도 싱그러운 얼굴이 있었다.
양볼에 흩뿌려진 주근깨도
콧등을 찡긋 거리며 웃을때마다 돋보이는 귀여움으로 그려지던 그 때
한껏 머리카락에도 나름의 멋을 넣기도 하고
명품은 고사하고 바지조각만 입어도 풋풋한 이십대의 젊음은
낡은 책 속에 잊혀진 가을 잎사귀가 되었다. 이젠.
간절기에는 유달리 초상이 많다.
오늘도 남편은 상가를 간다 하고
서둘러 저녁을 먹고 나니
몇 평의 공간이 휑하기만 하고
청소기를 돌리다 우연히 비춰진 모습.
어?? 누구신지??
정말 묻고 싶은 누군가가 저편에서 어정쩡하게 쳐다 본다.
가리마에서 풀려나간 머리카락은 양편으로 편을 갈라 누워 있고
세수를 했는데도 저녁 먹은 입가에는 아이와 다퉈가며 먹은 오징어 국물이 묻어 있다.
그런데 남편은 오후에 집에 왔을때에
"오늘 우째 이쁘다야.."
그럼 그 말은 무슨 꿩 꿔 먹은 소리인감.
청소기를 대충 휘리릭 밀고선 간이등만 켜 둔채 나갔다.
집을 나설때는
"왜 이리 대파가 비싼겨"
비싸다는 핑계로 미루어 둔 파 때문에 시장으로 갈 요량이었는데,
어느틈에 개업한 미용실의 문을 밀고 있었으니.
저녁 무렵의 한산한 미용실은 어설픈 모양새의 손님을 귀빈 대접을 한다.
"웨이브 좀 넣어 주시구요..끝만 살짝 ..."
아,,이게 무신 소리람.
저 대사는 예전에 그 누군가가 잘 쓰던 말인데
미용실 거울은 절대로 거짓말을 못한다.
백설공주의 계모 거울은 이 거울과는 맞장도 못둘걸, 아마도.
두 장 남은 달력만 넘기면
내 앞에 붙는 숫자가 자리바꿈을 한다.
수표에 이서를 할때에도 맞은 편의 주인이 한참 손으로 꼽으며 내 나이를 짐작할지도.
삼십이란 숫자를 마지막 넘기며 머리 단장을 했다.
얼굴에 아무리 분첩을 두드려도 누구 말처럼 뽀사시는 고사하고
굳어 버린 내 나이가 보인다.
어느날 문득 거울속의 낯선 자신을 보게 된다면 또 그러겠지
"누구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