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찜을 뜨다가 국물이 내 얼굴에 튀었다
국자를 든 남편은 피식거리며 웃는데, 그냥 인상만 한번 쓰고는 모른체 해 버렸다.
여기서 그만하기도 뭣하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밥만 밀어 넣고 말았다.
아마도 남편은 '저러다 말겠지' 그런 마음 일것이다.
그점이 더 괘씸하다.난 왜 항상 이러다 말겠지에 밀려나는것인지.
결혼을 한다고 한다. 형님네 큰 딸아이가.
늦은 나이에 하는 결혼식이니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겠지만
지금 형편으로는 그저 형님은 답답한 소리만 하신다.
당신네 사업 부도가 어디 형제들의 탓인가.
욕심이 부른 탓도 있을텐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호텔 예식에 참석을 할려면 그 날 식대 보다는 부주를 더해란 식의
당돌하기 까지한 그애의 말에 그저 다들 웃기만 하였다. 추석 날 저녁에.
솔직히 덩달아 웃고 있는 남편도 우습고
그애의 말에 누구하나 토를 다는 이도 없고
어머님은 새벽 귀경을 서두르는 우리에게
"그렇게 있기 싫으면 가야지.."
결혼 14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댁의 모든 일들에 그래도 내가 할 도리는 한다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는데
돌이켜 보니 이래저래 만만한 상대로 보이나 보다 ,이젠.
허허거리며 모든 일에 일단은 참가 부터 해 버리는 남편의 일방적인 태도가
그러한 결과로 낙찰되어진 점도 이젠 못마땅하다.
사람 좋고
친구 관계 원만한 점
그러한 점들이 결혼 생활에는 걸림돌이 됨을 새삼 느낀다.
"숙모. 결혼 하면 어떤 점이 제일 부대껴요?"
황금 밭으로의 장엄한 행진으로만 여겨졌을 의식 앞에서 그 애도 생각이 많았는지
"글쎄,아마도 네가 그 상대편의 가장 좋았던 점이 가장 불편한 점으로 나타날지도 몰라,잘 생각 해둬.."
자신의 모든 점을 다 이해 해 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이젠 지친다,그러한 남편의 기대가.
시댁 식구들과의 의견 조율에도 튕겨져 나가는 화음이 생기고
막연히 '예,예' 하기엔
나 자신도 생활이란 테두리에서 많이 닳아 버린지도.
둘이만 사는 것이 아닌 것이 우리네 부부란 이름인 듯하다.
내 남자로만 그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의 곁으로는 그들의 가지들이 무성하고
바람이라도 한자락 휙 지나가면
뜻밖의 흔들림으로 본체마저 흔들리기에 여념없으니
참 난감하다.
이 몸 놀림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