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딸인가 봐요? "
아이와 같이 다니다 보면 꼭 그런 소릴 듣는다.그리고선 그 다음말은 안 들어도 안다.
"근데 하나도 안 닮았네요"
그럼 궁색하게
"네에.울애가 시어머님을 닮았어요.."
"임신하셔서 어머님을 미워하셨나 부죠 ㅎㅎㅎ"
안들어도 될 말을 몇번을 듣다 보니 이젠 자연스레 먼저 선수를 치기도 하지만 옆에서 입이 쑥 튀어나온 아이는 아직까지 싫은가 보다.
다른 산모에 비해 산고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 그 때에도 그랬다.
"어머, 애기는 쌍거풀이 없네요"
애기 받던 간호사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이 아이의 성별보다 외모에 관한 얘기일 줄이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연신 거울을 들고선
자기 눈은 왜 이리 홑거풀이냐고
코는 왜 이리 퍼졌냐고
엄마 솔직히 어디서 눈 수술한거지,등등 별별소릴 다한다.
새삼 이 나이에 눈만 크면 뭐하냐
친정 식구들은 눈이 크고 쌍거풀이 서너개가 보통인데
시댁 식구들은 다들 눈이 작고 그냥 편안해 보이는 눈이니
외모에 한창 자극이 심한 요즘 아이는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더니 잠잠하다.
"엄마,,내가 알아 보니 눈 크고 쌍거풀 여러개인 애들이 성질이 더럽드라,,
물론 누구 포함해서...."
초등 6년 동안 늘상 들어온 엄마와 따로 국밥이라는 소리에
아이는 내가 학교라도 갈려고 하면 기겁을 한다.
시험때 감독을 부탁하는 담임에게도
"울엄마는요,너무 바빠서 저도 잘 못 봐요"
참나,허구헌날 벽지 무늬 맞추기에 바닥과 길이 재기에 여념없는 나의 하루인데
그저 웃기에는 한편으론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내일이 학교 체육대회라고 전화가 왔다.
별일 없으면 참석을 하라고 하는데
이젠 딸애 눈치부터 봐야 하니.
아들 키우는 집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도 이런 경우는 없더만
우리애만 유난을 떠는 것인지.
막내였던 난 나이 많은 엄마를 내심 창피하게 생각됐던 적도 있었다.
운동회날이나
소풍날이면
70년대의 유행이던 뾰족구두에 화사한 양장을 한 친구들의 젊고 예쁜 엄마의 모습에
교사의 박봉에 힘겨워한 내 엄마의 모습이 비교가 되었었고
그 때에는 '가정방문'이란 것이 있어서
아직까지 기억나는 것은 같은 교사의 집이라고
거침없이 들락거렸던 국민학교의 남선생님과
중고등때에는 가정방문에 걸쳐서 언니들의 혼수 준비로 어수선했던 집안 풍경들
한쪽에선 예단으로 보내질 이불을 준비하던 외숙모,이모
울엄마의 머리 한귀퉁이에도 이불 실이 걸려 있고
가슴 한편에는 실이 꿰어진 커다란 바늘.
지금도 눈에 선한걸 보니
아마도 그 당시에는 부끄러웠던 나만의 일화였는지도.
또 우습게도
'이 다음에 아이는 꼭 일찍 낳아야지' 했던
당찬 다짐 ㅎㅎ
그런데
내 아이도 나의 등장을 달가와 하지 않는 듯 하니
아마도 요구 사항도 많겠지
화장에서 부터 옷까지
목소리는 평소 하던 대로 마음대로 하기
에고 힘들다.
엄마,,엄마도 그랬수?
젊은 엄마들 틈에서 한껏 딸자식 눈치 보느라 땀깨나 흘렸을까나.
다음에 산소에 가면 물어나 봐야 겠다.
바람은 왜 이리 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