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걸쳐진 하루
"내가 누구냐고? 당신 챙기고,너희들 챙기고,그러다 보니 내가 없더군. 나도 이젠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주인공의 눈물맺힌 절규에 가족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하루가 24시간이란 것이 참으로 길다. 늦은 점심에 서둘러 학원으로 달려나간 아이를 보내고 나니 내내 흐..
30편|작가: 다정
조회수: 1,212|2003-09-28
고달픈 아이
학원에서 근 열 한시가 다 되어서 돌아온 아이는 쇼파에 털썩 앉자마자 얼굴을 실룩거린다. 금새 뺨이 붉어지면서 코까지 물이 들며 운다. 남편과 '사스'가 어떻다니, 쥐포라도 먹자는 둥 하릴없이 그러다가 막상 아이가 울기 시작하니 남편은 예의 장난기로 "언 넘이야?" "..
29편|작가: 다정
조회수: 1,163|2003-09-28
삼월의 싱그러움처럼
엄마,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 딸아이의 간곡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날이 밝았다. "아,어떡해...교문 앞에 매달려 있을까..." 14년을 살아오면서 아이가 치마를 입어 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보니 학교 배정 통지를 받자 마자 사 온 중학교 교복 치마를 낯설..
28편|작가: 다정
조회수: 1,193|2003-09-28
자식과 어미의 차이
고모,,,떡국은 왜 이리 또 많이 했는교?" 아버님 방 마루에 널려 있는 떡국 상자를 건너 보며 괜히 심통 섞인 말로 그랬다. 어머님은 올해에도 여전히 두 말이나 되는 떡국을 하시고 그것도 모자라 집에서 직접 다 썰어 놓으셨다. 작년 추석. 할일은 많고 일손은 없고 하..
27편|작가: 다정
조회수: 1,253|2003-09-28
살고 봐야 한다니깐
기분이 어떠냐?" 찌뿌덩한 반공일 오후에 뜬금없이 걸려온 남편의 전화. 앞머리가 아프다 하면 실데없이 잔머리 굴려서 그렇지 않냐고.. 배가 아프다면 화장실 가라고... 그것이 남편이 내뱉는 최대한의 처방인데 왠일로 내 기분까지 물어가면서 빨리 결정하고 짐 챙기란다, 것..
26편|작가: 다정
조회수: 1,180|2003-09-28
용서와 이해
잘 있었냐?" 집의 전화도 아니고 핸드폰으로 걸려온 오빠의 전화 얼버무리며 어설프게 대답을 하면서 뜨끔거리는 마음 한켠을 애써 모른척 하고선 끊어버렸다. 가족간의 정겨움과 잔잔함을 담은 드라마는 썩 내켜 하지 않는다 특히 오빠의 사랑을 전하는 부분이라든지 아들의 효성으..
25편|작가: 다정
조회수: 1,251|2003-09-28
마루의 그 시계
"땡,땡,땡..." 오늘도 여전하다. 매시 오분마다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시계 소리 그 흔한 뻐꾸기가 들락거리며 정각을 알리는 것도 아니고 원목의 나무 시계는 중간에 원을 그리며 돌아야 하는 장식도 멈춰진지 오래이고 언제 부턴가 정각도 아니고 매 오분이 되면 때늦게 ..
24편|작가: 다정
조회수: 1,289|2003-09-28
자식 가진 마음
"여기 학원인데요,연이가 안왔어요." 아니 이것이 무슨 말이람. 근 40여분이 지났는데 학원 간다고 나간지가. 순간 머리 속이 말갛게 비워지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얼른 집안의 문은 죄다 열고 앉아 버렸다. 찬바람이 밀려 들면서 '무슨 사고라도, 얘가 어디 간것일까..
23편|작가: 다정
조회수: 1,316|2003-09-28
엄마의 얼굴
은행잎이 멋드러지게 누워 있는 공터를 가로지르며 계절의 향취를 느낄수 있게끔 얍살맞게 다 치우지 않은 이름모를 미화원 아저씨께 문득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진다.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잔뜩 움추리고 걸어가고 있는데 나보다 한발 앞서서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계시는 할머니 허..
22편|작가: 다정
조회수: 1,337|2003-09-28
텔레비젼 유감
격자무늬의 창호지 미닫이문을 드르륵 밀면 정중앙에 다리가 넷 달린 갈색의 보물이 있었다. 양방향으로 문을 쓰윽 젖히면 내가 좋아하던 만화도 울엄마가 시간을 맞춰서 기다리던 여로의 ㅡ 땍띠야~~ㅡ 란 바보 신랑도 언제나 그 속에 다 들어 있었다. 리모콘의 손끝으로만 달랑..
21편|작가: 다정
조회수: 1,288|2003-09-28
이야기의 결말
옛날에 옛날에 호랑이 담배 먹던 때로 시작하는 동화는 나름의 각본이 있었는 것은 아닌지 형제가 등장하고 그 중에 꼭 한명은 갖은 핍박과 고난의 산증인처럼 효심 가득하게 봉양하고 우여곡절 끝에 부를 맞이하여 결론은 화해의 잔치로 잘 먹고 잘 살았다 식으로 집안의 중심으로..
20편|작가: 다정
조회수: 1,570|2003-09-28
마음 다독이기
내내 흐릿한 바깥이 추워 보이길래 서랍장 밑에 넣어둔 가디건에 목 폴라 티셔츠까지 완전 중무장을 하고선 나가 보니 늦은 봄날처럼 어디선가 아지랑이라도 피어 오를 듯한 기온 이렇게 사람이 둔하기는,,,,, 간혹 반팔의 할머님들도 보이고 전혀 땀 안나듯이, 절대로 안 더운..
19편|작가: 다정
조회수: 1,185|200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