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이 멋드러지게 누워 있는 공터를 가로지르며 계절의 향취를 느낄수 있게끔 얍살맞게 다 치우지 않은 이름모를 미화원 아저씨께 문득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진다.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잔뜩 움추리고 걸어가고 있는데 나보다 한발 앞서서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계시는 할머니 허리춤에서 약간 구부러진 뒷모습과 나즈막한 키에 빠르게 걸어가고 있지만 그 걸음은 그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 모습에 괜히 한마디 건넸다 ㅡ 할머니,,어디 그리 바삐 가세요? 수줍게 웃으시며 ㅡ전철 탈려면 어디로 가야혀요? ㅡ 할머니 그럼 저랑 같이 가셔요,저도 전철 타러 가거던요. 얼떨결에 동행이 되어서 할머니의 앞모습을 뵈니 목이 훤히 드러난 셔츠에 솜이 누벼진 외투가 추워 보이길래 앞목을 여며 드리니 그 누벼진 외투의 윗부분을 손으로 집으면서 ㅡ여기다 단추 하나 달아도 괜찮겄지요? ㅡ그럼요,단추하나 달으셔요,,그래야 바람이 안들어가잖아요.. 천천히 걸어 가는 내 발걸음인데도 여전히 할머니는 잰걸음이시고 길눈이 어두워서 꼭 누구에게든지 물어 봐야지만 목적지를 갈 수 있단 말씀에 전철에서 내리면서도 걱정이 든다, 잘 찾아 가실지. 엄마, 엄마의 얼굴과 그 나이는 7년전의 그 상태에서 멈춰졌다. 7년이나 지난 엄마의 얼굴과 십여년이 지난 아버지의 얼굴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히말리아의 고산에서 산사태로 묻혀진 어느 연인의 얼굴이 세월이 지난 후에 그 시신을 찾았을 때에도 스무살의 모습이었단 어느 이야기처럼. 그 할머님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찾으려니 지난날의 그 얼굴만 기억이 날 뿐 목소리마저도 이젠 가물거린다. 그리운 사람들은 기억의 테두리에서만 맴돌뿐 이렇게 시간의 배반속에서 차츰 잊혀져 가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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