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흐릿한 바깥이 추워 보이길래 서랍장 밑에 넣어둔 가디건에 목 폴라 티셔츠까지 완전 중무장을 하고선 나가 보니 늦은 봄날처럼 어디선가 아지랑이라도 피어 오를 듯한 기온 이렇게 사람이 둔하기는,,,,, 간혹 반팔의 할머님들도 보이고 전혀 땀 안나듯이, 절대로 안 더운듯이 걸어가려니 웃음도 배여 나오고 그래도 마냥 기분은 즐겁기만 하니 이렇게 슬슬 걸어다니는 것도 좋기만 하는 것을, 어느 영화에서나 봄직한 벤취가 놓여진 가로수 길은 은행잎들의 양탄자가 깔려 있고 한가로운 가을의 분위기에 절로 마음마져 가벼워 지기도 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웃으며 다가오길래 원래 사람들 잘 알아보는 재주가 없는 난 그저 같이 웃음으로 답을 하려는데 순간 툭 치면서 ㅡ아유,,오랜만이네,,얼굴이 참 좋아졌네 살도 많이 붙었고,요즘도 거기 살어? 아!! 이제서야 ㅡ어머,,ㅎㅎㅎ 집을 이사를 갔는데 이 동네 살때는 몰랐는데 이사 가고 이 동네를 와보니 이런 곳에 어떻게 살았나 싶다고..... 어색하게 대꾸만 겨우 하고 가만 뒤돌아 오는데 그 은행잎들이 왜 이리 지져분한지, 감정의 내리막이 순간적으로 급속을 해서 내리치닫고 수양의 부족함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죄짓지 않고 남한테 욕 먹을 짓 않하고 양심에 꺼리끼는 일 되도록이면 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위했었는데 별일 아닌 그 사람의 은근한 자랑과 희번뜩이게 치장한 그녀의 변모에 그만 심사가 꼬이다니.. 하나님은 공평하시나 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또 다른 즐거움을 눈 앞에 보이게 하시다니. 뭐 별것 있겠냐,,금방 구워낸 황금 잉어빵 ㅎㅎㅎ 황금 잉어빵을 그녀는 이젠 먹지 않겠지 나만큼 맛나게 먹을 순 없을거란 생각에 너무나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그래,,,이 또한 나의 행복이겠지. 옆을 스쳐가는 유모차 안의 아이에게도 하나 주고 살풋이 웃는 그 엄마에게도 하나 주고 황금 보다 더 빛난 그 길을 황금 잉어빵을 먹으며 나의 쉼터로 돌아왔다. 이 즐거움도 만만찮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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