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어떠냐?" 찌뿌덩한 반공일 오후에 뜬금없이 걸려온 남편의 전화. 앞머리가 아프다 하면 실데없이 잔머리 굴려서 그렇지 않냐고.. 배가 아프다면 화장실 가라고... 그것이 남편이 내뱉는 최대한의 처방인데 왠일로 내 기분까지 물어가면서 빨리 결정하고 짐 챙기란다, 것도 부부 동반으로 또 다른 한팀과 무조건 떠나잔다. 또 다른 팀의 아내가 그런다. "참,,살다가 별일이다, 안하던 짓하면 불안하지? ㅎㅎ" 토요일 오후 오징어 다리 한쪽식 입에 물고 네명의 어른들은 애들은 다 버리고 그렇게 떠났다. 애들은 앞으로 살면서 더 좋은 곳도 많이 갈 것이고 더 맛난 것도 많이 먹을거란 우리끼리 확신에 찬 믿음을 품고 휙 지나가는 풍경에 그저 '옴마야, 좋은것'을 연발하였고 남편들은 데리고 나오니 이렇게 실실 웃기도 잘한다고 자기네끼리도 껄껄거리고... 살면서 무에 그리 살갑고 정다웠던 일들만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살기등등 하여 쌍심지를 세우고는 안살았다 치더라도 내가 이렇게 하는데 왜 저남자는 저런가 싶을 때가 어디 한 두번만 있었겠냐. 나이 들고 기운 떨어질 때만 기다린다는 누구의 말처럼 시간을 꼽고 기다리진 않았어도 그 섭섭하고 내 마음 같지 않음에 툴툴거리기도 하였었는데 어느 날인가 부터 기분에 썩 괜찮아 보이게 눈치도 보더니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지 아님 이 구석 저 구석 다 신경 써 보았자 내 식구가 제일임을 이제사 터득을 한 듯 하니 더 살아 봐야 한다는 진리에 새삼 끄덕일 수 밖에. 눈도 침침하고 귀도 확성기 마냥 소리 안지르면 들리지 않을 때가 되고 편편한 피부보다 쭈글한 면이 더 많아질 때면 '죽어도 좋아'의 노부부는 희망사항 일지라도 어깨죽지 아래쪽이 가려우면 아무렇지 않게 긁어 달라고 말할수 있게 편하게 나이 들어 가고 싶다. 마냥 큰 아들 같은 남편도 그때에는 오라버니 정도의 아량은 간직하고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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