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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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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싱그러움처럼


BY 다정 2003-09-28

엄마,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
딸아이의 간곡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날이 밝았다.
"아,어떡해...교문 앞에 매달려 있을까..."

14년을 살아오면서 아이가 치마를 입어 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보니
학교 배정 통지를 받자 마자 사 온 중학교 교복 치마를
낯설어 하며 어색해 하는것도 이해가 되지만
친구들이 서로를 놀리며 부끄러워 할 것에 대해
며칠전 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니
결국 아침에는 울상이다.

검은 색의 팬티 스타킹을 낑낑거리며 겨우 올리고 보니
어디 부터가 잘못 신었는지
종아리 부분은 어느새 꼬여 있고
천방지축이었던 아이가
털썩 앉으려니
치마가 몸에 생경하고
근 몇 십분을 둘이서 씨름을 하고 나니
신입생의 테가 졸졸 흐르는 모습이다.
눈에 웃음을 머금은 아빠 앞에서 제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연신 실실 웃기만 한다.

입학식날, 졸업식날,시험날은 용케도 날씨가 먼저 알아 보는지
아침부터 바람이 차기만 하고
선머슴애처럼 어슬렁 거리며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만감이 교차하기만 한데
아!
이렇게
우리네의 3월은 시작되나보다.

설마 얘가 빠른 길로 갈려고
아파트의 울타리는 넘지 않았겠지......

200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