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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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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아이


BY 다정 2003-09-28

학원에서 근 열 한시가 다 되어서 돌아온 아이는
쇼파에 털썩 앉자마자 얼굴을 실룩거린다.
금새 뺨이 붉어지면서 코까지 물이 들며 운다.
남편과 '사스'가 어떻다니, 쥐포라도 먹자는 둥
하릴없이 그러다가 막상 아이가 울기 시작하니
남편은 예의 장난기로
"언 넘이야?"
"누가 널 좋아해서 그라너?"

그저 크는 줄로만 알았던 아이는 가끔씩 당황스럽게 한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제때 기어 다니고
말 할때 말하고
걸을 때 걷고
구불거리는 글자로 깍두기 공책에 숙제도 하고
보통 여느집 아이처럼 크면 다 되는 줄 알았다,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학생이 되어 첫 시험인 중간 고사.
초등 학교에서 도통 시험이라고는 치뤄 본 적이 없기에
6학년때 부터 보내기 시작한 학원도
그럭저럭 잘 다니더니
그예 일이 터졌다.

별로 아이에게 시험에 관한 말은 고사하고
공부에 관해선 별로 표현도 않고
나름대로는
이만하면 괜찮은 엄마가 아닌가 싶었는데
저 혼자서 별별 생각이 겹쳤는지
뒷 목언저리 부터 어깨까지 다 아프고
자꾸만 눈물이 난다나 뭐라나.

이제부터 시작인데
저렇게 소심하고 여려서 어디에 써 먹겠냐 싶다.

각 과목 별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마다 그러신다나.
"시험 끝나고 보자고..."
솔직히 지나왔으니 말이지
그냥 몇 대 맞으면 될 일을
신입생 특유의 군기가 확 들은
1학년들은 그 말이 엄청 무서운가 보다.

이나저나 무감각했던 엄마마저
괜히 시험 두려움이 들게 만든 아이의 눈물이
지난 밤 못내 마음에 젖어 들더니 내내 맺힌다.
자식이 뭔지.....


200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