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학원인데요,연이가 안왔어요." 아니 이것이 무슨 말이람. 근 40여분이 지났는데 학원 간다고 나간지가. 순간 머리 속이 말갛게 비워지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얼른 집안의 문은 죄다 열고 앉아 버렸다. 찬바람이 밀려 들면서 '무슨 사고라도, 얘가 어디 간것일까!!' 찬 물을 한 잔 벌컥 마시고 학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애가 왔는지 찾아봐 달라고, 그랬더니 있는것 같다고 그런다. 그럼 걸어서 오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그동안 어딜 갔다 온 것일까,설마 나쁜 아이들에게 봉변이라도....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남하는 것의 반도 안 시키고 그 학원도 제 스스로 원해서 보냈는데 얘가 나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휙 던져진 채 멀뚱히 누워 있는 아이의 책가방을 열어 보니 평소의 성격처럼 정돈은 뒷전이고 들쑥날쑥거리는 책들 사이로 일기장이 보이길래 서둘러 읽어 보니 별다른 내용도 없고 요즘 부쩍 사춘기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던데 이 무슨 일인지, 하나 자식 키우기도 이렇게 힘이 드는지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작년에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 가보니 집으로 오던 길에 넘어져서 이가 부러졌었는데 무섬증에 현기증마저 들기도 하였다. 마치는 시간에 얼추 맞춰서 중무장을 하고 학원 앞으로 가보니 너무 이른 시각이라 냉기만이 감돌고 옆의 아저씨도 아이를 기다리는지 머플러를 두른채 연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난 왜 이리 눈물이 나려는지. 떠들썩한 계단을 올라보니 무리의 아이들과 내 아이의 느긋한 모습. "엄마, 추운데 왠일이야?" 아이들의 출결 사항을 첫 시간의 선생님이 하시는데 열명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 차례로 호명은 고사하고 대충 쓰윽 훑어 보곤 한 두명 이름만 부르고 나가드란다. 그리곤 한참 있다가 누군가가 자기를 찾길래 아무 생각없이 대답만 했다는데 순간 맥이 탁 풀리면서 얼마나 황당하던지. "엄마,만약 내가 늦게 갔다면 제일 앞에는 어떻게 앉겠어?" 형식적으로 아이들 관심의 차원에서 그런씩의 전화를 하고선 그 다음의 결과에 대해선 학부형이 다시 전화를 해야만 가타부타라고 답을 한다면 어느 부모인들 마음이 타지 않으랴. 다시 전화를 하니 "아마 연이가 없었을 겁니다" 그럼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아무리 자기 자식에겐 눈이 멀은 애미라도 그만큼의 사리분간은 하기에 그 선생님의 의심스러워하는 태도에 순간적으로 그랬다. "같이 간 아이 이름이라도 돼 볼까요" 그제서야 죄송하다고 착오였다고...... 아이들이 집과 밖의 모습이 다르다고 어느 선생님이 그러셨다. 물론 그 말에도 동감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이를 의심하는 태도 또한 문제이지 않은가. 비록 별일 아닌 일로 마무리 되었지만 언젠가는 내 아이도 어떤 모습으로 다른 이중의 생활을 할지라도 부모된 마음은 그러겠지. "너를 믿는다"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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